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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용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

 

나는 금융 문맹이었다. 최근 일련의 세월과 과정 속에 문맹 정도는 벗어났지만 객관적으로 겨우 알파벳만 뗀 수준이다. 그래도 국제 경제 흐름에 더 관심을 가지고, 경제 기사를 보면 대충은 다 소화하고, 그 가운데서 나름대로의 흐름을 읽어내는 재미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근로소득만으로는 잘 살 수 없고 어떻게 돈을 잘 지키고 불려 나가야 하는지를 잘 알고, 특히 부의 이동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그나마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의도 하에 주식도 소액으로 해 보고, 코인은 철저히 멀리 했고, 의도치 않게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이제는 결혼을 하며 이전에 비해서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출도 많아졌지만 수개월 후 전역을 하고 나서는 근로소득도 소폭 혹은 대폭 늘어날 것이 예정되어 있는지라 수입과 지출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하는 미리 계획해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 와중에 접한 이 책은 경제의 바다에 뛰어들기에 앞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프로모션 비디오의 느낌이다. 무언가를 자세하고 뚜렷하게 알려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아들이 좀 더 잘 살고자 소망하는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이 나에게까지 전해 온다.

나는 '열심히 공부만 하면 나중에 성공할 수 있다'는, 우리 윗세대의 고전적인 성공 방식에 따라 자라 온 사람이다. 그 기조의 영향으로 나는 의사가 되었지만 조금 별난 친구들 말고는 으레 그렇듯 환자 보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노동자(자)-기술자(사), 사업가(가), 자본가(가) 중 기술자이다. 책의 저자는 아들에게 근로자, 사업가를 넘어 자본가가 되라고 당부를 하지만 과연 내가 노동자 신세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부정적인 느낌만 든다. 원체 모험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사업할 깜냥이 되지 않고, 그나마 병원을 세워서 자녀에게 물려주는 방법이 사업가의 모습과 그나마 가깝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의사가 자기 병원 물려줄 의사 자녀를 두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 참 안타깝다. 자본가는 능력과 더불어 운이 함께 따라주어야 가능할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내 그릇의 크기를 알기에 이 정도 선에서 만족한다는 것이 다행일까? 하지만 개인을 넘어 가문 전체의 운명을 넓은 시야로 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에 비추어 보면 나의 이 알량한 만족감은 나만 잘 사는 방법이기 때문에 매우 이기적이다. 나의 이러한 면을 볼 때마다 끊임없이 드는 의문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것이다. 잘 사는 것에 대한 기준은 다양하지만 어쨌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얼마 전 와이프가 학급문고용으로 책을 20권 정도 사야 하는데 어떤 책을 사야 할까를 물어왔다. 지금에서야 나는 경제 교육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에 학년당 한학급뿐인 이 작은 학교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경제 구조와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이 보기 좋을 만한 경제 부문 서적을 몇 권 선정하라고 일러두었다. 그중의 몇 권이 학급문고에 비치되겠지만 어린 날의 나처럼 그 책들에 관심을 가질 이가 몇이나 될까? 더불어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있게 될지도 모르는 나의 아이들에게는 경제를, 그 이전에 경제 공부의 중요성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 책은 참 많은 의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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