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의 비중으로 약간 시끌하던데 이건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가 맞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대의와 행복으로, 이것을 직접적으로 풀어나가며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견인하는 것은 닥스이기 때문.
1) 빌런에게 충분한 서사를 부여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요즘 관객들은 다들 똑똑해져서 단순한 악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악을 행하더라도 그 나름의 철학과 논리 위에 세워진 신념으로 행동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정당성을 느끼게 하는 악인을 원한다. <인피니티 워>에서 모든 과업을 이루고 농사를 짓던 타노스는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며 많은 것을 치르고 희생하며 그 나름의 성장을 이루어낸 빌런이기 때문에 우리가 좋아한다. 반면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혼돈 그 자체라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설득력을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완다의 서사가 비중 있게 다뤄진 것은 좋은 부분이다.
2) 막타를 쳤다고 해서 아메리카 차베즈 중심의 영화가 아니다. 얘와 얘가 가진 능력이 영화의 주된 소재이기는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수동적으로 이용만 될 뿐 혼자서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그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닥스에 의해 성장을 거치고 나서야 제대로 능력 발휘가 되어 막타를 쳤을 뿐임. 그것도 완다를 굴복시킨 것이 아니라 완다가 깨달음을 얻는 길을 열어 주었을 뿐.
- 닥스의 여러 가지 모습, MCU의 메인 플롯에는 합류하지 못했던 전작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많이 선보여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누구는 이 영화를 즐기기 위해 <로키>를 보라고 하던데 사실 이 드라마는 멀티버스의 개념만 설명을 했을 뿐 이 영화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차라리 <왓 이프...?>를 보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 캡틴 카터가 나올 줄이야. 누나 넘멋져요. 아무쪼록 볼까 말까 하다가 결국 한 달 전 왓 이프 몰아본 나 칭찬해
- 이 영화가 <노 웨이 홈>보다 먼저 개봉 예정이었다 미뤄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네드가 여는 포탈이 사실은 아메리카 차베즈가 다른 멀티버스에서 또 다른 피터 파커들을 데리고 왔다는 설정이지만 영화 개봉 순서가 뒤바뀌며 아메리카 차베즈의 씬은 삭제되었다고 한다. 네드가 포탈을 여는 것 자체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아메리카 차베즈가 개입하면 온전한 피터 파커 서사를 풀어나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그쪽이 더 싫다. 어찌 되었건 노 웨이 홈에서 대표적으로 제기되는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 마블 스튜디오 최초의 호러 무비다 하는 이야기가 있던데 호러 장르가 아닌 그냥 호러 연출이다. 샘 레이미 특유의 연출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약간 투머치스러운 느낌. 이런 요소들 빼도 괜찮았을 것 같다 싶다.
- 제목 오역 논란이 좀 있던데, 영화를 보고 나니 혼란스러운 멀티버스 정세를 표현했다고 생각해야 할 듯. 원제 'Madness~'의 뉘앙스를 잘 알 수가 없네.
- 전반적인 평은 연출이 부족했으나 서사 자체는 괜찮았음. 하지만 내가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기대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아마 닥터 스트레인지의 기술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을 내세워 제2의 토니를 만들려는 마블의 큰 그림인가 보다 싶다.
근데 레이첼 맥아담스 점이 왜 평소보다 훨씬 커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