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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쓰고 싶은 말이 없는 책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남기는 이유는 이 책이 올해 들어 처음 완독한 첫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거의 2개월이 걸려서 겨우 읽었는데 그 이유는 1. 요즈음 정말 시간이 없고, 2. 집중력 부족을 여실히 느끼는 중이며, 3.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기대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내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순서대로 <연애의 행방(201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 <녹나무의 파수꾼(2020)>, <옛날에 내가 죽은 집(2008)>, 그리고 이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2022)>이다. 영화화 된 것을 보았던 <용의자 X의 헌신(2009, 영화 기준)>까지 하면 총 6편인가?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거는 기대는 독립되어 보이는 여러 가지 사건이, 소설이 진행되어 갈수록 서로 얽히고 설켜 결국 최종장에 다다라서야 한군데에서 만나게 되는 그 복잡미묘한 흐름이다. 앞서 읽었던 <연애의 행방>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런 느낌을 충분히 받았던 작품들이었다. 특히 <나미야~>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받았던, 뒤통수가 쩡 하는 느낌은 2년 정도 지나긴 했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하지만 나머지 작품은 하나같이 그 기대를 미치지 못했다. 비교적 평이한 흐름, 약간의 반전, 별로 흥미 가지 않는 사건들. 더불어 보통 약간의 판타지가 담겨 있다 하더라도 너무 작위적이지는 않은 맛, 이른바 핍진성을 중요하시는 요즈음이지만 이후에 읽었던 작품들은 그 작위적인 느낌이 다소 짙게 다가와 쉽게 몰입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흐름을 견인하기 위해 덧붙여진 여러 사건들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은 느낌? 더불어 다케시라는 인물은 그 작위성의 정점이다. 인물에게 부여된 과한 설정과 능력(수사력)은 사건 전개에 필요한 쫄깃한 맛을 마구 덜어내는지라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COVID-19 era에 쓰여진 작품이라 그런지 작품 전반적으로 현대의 코로나 세태를 십분 반영하는듯한 묘사가 나온다. 처음에는 과할 정도로 반복되는 배경 설명 정도이지만, 그러다가도 결국 이런 코로나 판데믹이라는 요소를 이용해서 사건이 전개되고 실마리가 풀린다.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이런 작품도 나오나 싶었다. 판데믹이라서 나오는 작품. 하지만 판데믹이 아니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작품. 나는 이러한 설정도 약간은 불만족스러웠다. 등장하는 배우들마다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모 드라마를 보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부자연스러움을 느낀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 기대에 미치지 않아 소소하게 까기만 했지만 그래도 볼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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