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러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2가지이다.
첫번째는 4월 훈련소 시절 3km 달리기 3급 커트라인을 약 30초 차이로 채우지 못한 것이다. 약 2주간의 훈련소 시절, 그것도 1주일 남짓한 시간동안 조금 했던 구보로는 이 거지같은 몸뚱아리를 건강하게 만들 수가 없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주어졌더라면 뛰는 연습을 해서 체력검정 3급은 여유롭게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러닝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그 당시엔 없었다. 하지만 4월 말 임관 후 배치되고 나서 드는 생각이 '이제는 운동을 해야겠다. 근데 무슨 운동을 해야 하지?'로 시작해서 '그렇다면 그때 아쉬웠던 러닝을'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런 단순한 생각에서 밖으로 나가 달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두번째는 이제 막 러닝을 시작했을 때, 5월 중순즈음 청주로 비행군의관 훈련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받았던 운동생리 수업은 조종사에게 좋은 운동법과 더불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운동에 대한 다양한 트리비아를 이야기해주던 시간이었다. 나름 흥미가 있어 졸지 않고 열심히 들었던 수업인데 수개월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내용은 모두 까먹었지만 아직도 생각나는 단 한마디는 '살이 가장 잘 빠지는 건 그저 러닝'이라는 것이다. 유산소, 그것도 무작정 열심히 달리는 것이 체중 감량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그전만 해도 러닝을 그냥 적당히 하는 정도로 하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는 '역시 나는 옳은 방향으로 운동을 하고 있군'하는 생각에 계속 하던 러닝에 박차를 가했던 것 같다.
2.
사실 러닝은 몸만 있으면 간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날씨가 좋고 내 다리만 튼튼하면 언제든지 나가서 달릴 수 있다. 더불어 현재 복무 중인 부대 체단실엔 러닝머신도 있어서 날씨에 상관없이, 그리고 당직 때도 부담없이 운동이 가능하니 지금 환경에서는 러닝이 더없이 좋은 운동이었다.
소소한 장비 이야기를 하자면, 예전엔 아무 신발이나 신으면서 달리다가 발이 좀 더 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공홈 둘러보다가 [에어줌 페게이서스 37(#... 링크 달고 싶었는데 내 건 이제 색상이 없음)]이 할인하길래 그냥 샀음. 발에 안 맞으면 어쩌나 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잘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 이외에는 발목이 아픈 것 같길래 좀 알아보던 중 [잠스트 필르미스타(#)]를 구매해서 착용하고 있는데 이후로 발목이 아픈 건 많이 줄었지만 과연 이 발목보호대가 효과가 있는건지 얘를 떠나서 그냥 발목이 적응을 하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러닝이 각종 관절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근육을 발달시켜 결과적으로는 관절에도 큰 이상이 없고 오히려 러닝으로 보는 이득이 더욱 크다는 의학방송도 예전에 방영된 바 있다. 이런 걸 고려한다면 결국 장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큰 무리가 안 될 정도로 꾸준히 달려 주기만 하면 결국 장비는 필요한 것이 아닌 부수적인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는 무릎보호대 생각도 문득 들긴 하는데 아직 무릎이 그렇게 아프지는 않다는 생각에 구매는 보류하고 있다. 오히려 초창기에 조금 아픈 시기는 있었지만 일정 시기를 넘기고 나니 아무리 달려도 무릎이 아프지 않다. 이런 점도 앞서 말한 의학방송에서 나타난 러닝의 효과를 본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필요에 의한 필이 온다면 과감히 구매를 하겠지.
올해 본격적으로 러닝을 시작한 후로 발목이나 무릎이 많이 아팠던 적은 없는데 골반통 때문에 고생했던 적이 두차례 있었다. 첫째는 5월 말 경으로 왼쪽 골반통이 좀 있었다. 앞서 말한 청주 파견 중 일과 후에 별로 할 일이 없어 운동이나 계속 하자 싶어 러닝을 했었다(그땐 러닝화도 없이 무식하게 큰 운동화를 신고 그냥 뛰었다). 지형 상 오르막을 반복적으로 오를 일이 있었고, 그 와중에 왼쪽으로 무게가 많이 실리다 보니 부하가 많이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딱히 운동강도 수정 없이도 2주정도 후에 저절로 호전이 되었더랬다. 둘째는 10월 중순 오른쪽에 발생한 골반통으로 이땐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심할 때는 내가 아무리 자연스럽게 걸으려고 해도 옆에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 왜 다리를 절며 걷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이 통증은 정말 이상한 게 지금 생각해도 원인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원래 강도와 빈도 정도로 뛰고 있었는데 별다른 원인이 없이 갑자기 발생을 했고, 또 이 근육통이 원체 낫지를 않고 골반뿐만 아니라 앞쪽 허벅지와 무릎 위까지 광범위하게 통증이 퍼지면서 한동안 고생을 깨나 했다. NSAIDs+muscle relaxant를 오래 복용하기도 했지만 통증이 미묘하게 낫는다 싶다가도 뛰고 나면 다시 통증이 악화되었다. 아마 단순한 근육통만이 아니라 지연성 근육통(DOMS)이 아니었나 싶은데 어쨌든 계속 운동하고픈 욕심이 있어서 강도를 낮춰 가면서까지 계속 뛰었던 게 아급성화에 일조하게 된 것 같다. 참다참다 안 될 것 같아서 11월 중순에는 4-5일정도 러닝을 완전히 쉬었는데 그때 호전 추세로 넘어가 현재는 예전만큼의 러닝이 가능하고, 조금 무리해도 다음날 약간의 위화감 정도만 있는 정도로 회복되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최근에 러닝머신에서 6km를 연속으로 뛰어 봤는데 운동 후로도 몸에 큰 무리가 없었다. 꾸준한 운동의 결과가 몸에 스며드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3.
내 러닝의 모토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뛰는가이다. 기록의 한계가 계기는 되었지만 기록을 더 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을 빼고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 무리하며 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몸이 많이 무거운 편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고 싶어도 내 다리의 건강을 고려해서 천천히 그리고 오래 달리는 쪽으로 노선을 잡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착안하여 러닝 내내 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간격을 두어 걸으면서 쿨링 다운을 하기도 한다. 그래야 다리에 걸리는 부하가 줄고 보다 더 오래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속도보다는 뛴 거리에 중점을 두며, 앱에 운동을 매번 기록하여 거리를 차곡차곡 적립하는 느낌으로 뛰었다. 그래서 평균 속도는 약간 욕심 내서 달리면 6'30" 정도, 보통 10km를 뛰면 7'00" 전후로 나온다. 그렇게 4월 말부터 뛰기 시작하여 12월 말까지, 올 한해동안 1,000km를 뛰는데 성공했다. 약 200km때부터 100km 간격으로 인스타 스토리에 흔적을 남겼는데 거의 대부분 4주 이내로 100km를 채우더라. 당직 등으로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면 10km가 찍힐 때까지 뛰고, 보통 퇴근 후에 야외에서 뛰면 7.3km정도 뛰다가 코스를 조금 늘려 8km를 채우는 중이다. 물론 출근 해서도 체련이면 연병장에서 10km를 채운다.
4.
효과는? 우선 체중이 많이 빠졌다. 매일 러닝만 하는 건 아니다. 뛰는 건 격일 간격으로 뛰고 사이사이에는 덤벨이나 스탭퍼 등으로 운동량을 채우고 있다. 식단 조절은 일체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달에 한두번정도만 건너뛰고 나머지 대부분은 꾸준히 운동을 하니 올 한 해 8kg정도 줄었던 것 같다.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면서 체형도 다소 변했다. 올 6월 생일 때 찍은 사진만 봐도 후덕해 보였는데 지금도 안 후덕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소 슬림해졌다. 작아서 못 입던 옷이 이제는 대부분 다 맞고 딱 맞았던 옷도 넉넉해져서 핏이 아주 조금 좋아졌다. 2년간 묵혀 놓았던 셔츠가 맞을 때 느꼈던 환희는 아...
5.
내년 목표는 1년에 1,500km를 뛰는 것임. 올해 1,000km를 달성하며 NRC 러닝 레벨 블루 입성에 성공했는데 내년엔 퍼플 입성을 하고 싶다. 요런 페이스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보인다...
더불어 올해 코로나때문에 언택트 마라톤이란게 생겼는데 여기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이런저런 레이스에 참가를 더 많이 하고 싶다. 올해는 딱 두 번 정도만 했는데 내년엔 최소 분기별로 한번씩 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 근데 그런 레이스 참가 후 받는 메달은 결국 많아지면 이쁜 쓰레기가 된다는 말이지. 사서 하는 이상한 고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