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산문집 읽는 것이 너무 재밌다. 그렇다고 이 책이 지난번 포스팅한 보통의 존재 후 바로 선택한 책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러한 즐거움의 연속선이라 본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참 나쁜 버릇이 있는데 작가마다 구사하는 문장이 원체 다르다 보니 나와 맞는 문체는 처음부터 술술 잘 읽히는 반면 아닌 문체에는 읽히기까지 워밍업을 할 시간이 다소 필요한 편이다. 마치 하이엔드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인 청음 전 에이징을 하는 것처럼... 난 그래 본 적이 한번도 없지만. 어쨌든 이 책은 나에게는 약간의 에이징이 필요했다.
- 사람 간의 관계를, 특히 나 자신과의 관계인 '혼자'에 대해 사색한 책이다. 혼자가 가지는 힘은 실로 대단해 많은 부분에서 그 혼자라는 것을 예찬하고 있다. 그것은 혼자일 때만 가능한 것이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마주하고, 스스로를 입체적으로 다듬고, 현재와 미래의 자신들을 서로 연결시키며, 그 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혼자를 경영하는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혼자는 자유롭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오로지 그 여행 자체와 본인에 대한 집중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들은 결국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으로 수렴한다. 본인을 사랑하는 것, 그것은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타인을 사랑했던 것을, 또한 사랑할 것을 조용하고도 강렬히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혼자인 게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괜찮아서란다.
함께 할 사람이 있는 사람들은 홀로 있는 사람을 쓸쓸하겠다며 간혹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함께한다는 것은 그 안에서 생기는 문제를 감당하고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며 홀로 성장하는 것, 그리고 타인과 사랑을 교류하는 것 상반된 것들은 어느것 하나가 더 좋다고도, 혹은 나쁘다고도 하기는 힘들다. 그 각자가 가진 의미는 인생에 있어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이해했음...
- 나의 오랜 생각과도 약간은 일맥상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덧붙이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조금 더 써 봄. 외로움에 의한 만남은 분명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나의 지난 연애가 그랬다. 외로움을 걷어내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 경우에는 사랑의 지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혹은 (혹자가 말하는)수동적 의존성(a)으로 인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의존성에 대한 충족이 상대방에 의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관계는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 결국 보다 나를 채우고, 홀로 설 줄 알아야 타인을 올바르게 보고, 타인에게서 나를 채우기 위함이 아닌 서로의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만나는 것이 내게 있어 가장 건강한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것에 앞서 나 스스로의 성장을 통해 주위의 것에 의해 흔들리지 않음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기를 재우거나 음향기기를 에이징하듯 홀로 남아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푹 익히는 그 기간은 분명 그다지 쓸쓸하지만은 않은 시간이라고 믿는다.
(a) M. Scott Peck, The Road Less Traveled,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