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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TAIWAN - 먹부림 이야기

 

2019 TAIWAN

 

대만은 관광하기 딱 좋은 나라 같다. 이번이 세번째 여행길이었지만 난 대만으로 향해서 실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보았던 것을 또 봐도 좋고, 보지 않아도 될 것은 적당히 쳐 내는 노하우도 생겼고, 그렇다고 매 여행에서 항상 같은 것만 보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언제 시간이 어떻게 비는지, 어디를 더 찾아가면 좋을지 탐색하는 능력이 생기고 드문드문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다.

 

국가고시 연거푸 실패라는 고배를 또 마신 동생과 함께 떠나는 여행. 얘가 저기압이라 내가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꼭 볼 거리 먹으면 좋을 거리를 잘 찾아서 좋은 경험을 선사해주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아래는 먹었던 이야기.

 

(1) 키키레스토랑

 

대만엘 오면 꼭 들러야 하는 이 곳. 분점도 많이 있고 지점마다 맛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느낌이라 일정 중에 가장 가까운 곳을 골라 갈 수 있는 편리함까지 있는 곳이다. 항상 세트를 먹는데, 크림새우탕수+파볶음+연두부튀김에 닭튀김으로 구성이 바뀐 세트를 먹었다. 늘 그렇듯 믿어 의심치 않는 준수한 맛. 특히 파볶음은 동생이 먹고 환장했던 메뉴였다. 하지만 가격은^^;;; 아마 여기서 먹었던 것이 그간 먹었던 음식점 중 가장 최고금액이었을 것이다.

 

(2) 마라훠궈

 

대만엘 오면 꼭 들러야 하는 이 곳(2). 나는 세번째 오는 곳인데 사실 두번째 세번째 모두 기억이 안 좋다. 두번째는 전에 만나던 분이랑 느즈막하게 왔다가 그 분이 피곤함에 몇점 안먹고 손을 놔 버려서 빡쳤던 기억이 있고... 그러면 다른 날 오자고 하던가ㅜㅜ 두번째는 동생의 향후 진로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하다가 싸울 뻔 했다. 사실 이해를 해 줘야 하는 부분과 충고와 격려를 해 줘야 하는 부분을 잘 조율하기가 조금은 힘들다. 어쨌든 동생은 눈물젖은 훠궈를 먹었으리라.

마라훠궈의 최대 장점은 '무제한'이지 '뛰어난 맛'은 아니다. 그냥 보통의 샤브 혹은 훠궈 느낌이다. 그 자체의 가격도 세지만 그걸 뛰어넘는 가성비 때문에 오는 것. 그래도 배가 부르고 싶다면 다시 찾는 그 곳이다.

 

(3) 아종면선

암만 둘러봐도 이번에 사진을 찍은 게 없네요... 작년 갔을 때 찍었던 사진으로 대체함.

아종면선의 곱창국수에 대한 내 평가는 조금 이상한데, 초행길에는 곱창의 약간 역한 구수함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조금 고생을 했다. '이건 한 번 먹고 두 번 먹을 맛은 아니다'라고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두번째 먹을 때는 '왜 이렇게 맛난 것을 한번만 먹고 치울 생각을 했을까'로 인식이 바뀌었으니. 어쨌든 세번째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 음식 자체의 특징(푹 퍼진 국수를 국자로 퍼담아 주는 것+양을 소/대로 조절할 수는 있으나, 큰 사이즈는 서서 먹기에는 약간 애매한 양+따로 좌석이 없고 서서 먹어야 하는 단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 음식은 버스투어 전 잠깐 들러서 요기를 하는 목적으로 먹는 것이 최적의 선택인 것 같다. 둘이서 소짜 하나 혹은 배가 좀 고플 경우 대짜 하나 주문해서 나눠 먹고 출발하면 딱 알맞다.

 

(4) 스펀 - 닭날개 볶음밥

 

이곳에 오면 항상 먹는 닭날개 볶음밥이지만, 맛있는 집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이 있다. 대부분은 스펀으로 진입하여 홍등을 날리고,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쭉 들어와 땅콩아이스크림이니, 음료수니 하는 것을 먹거나 거의 끝까지 가면 파는 닭날개 볶음밥을 먹는 루트로 가지만, 사실 그 곳의 닭날개 볶음밥은 닭고기는 별로 없고/색소만 들어가있고/정체불명의 매콥짭잘한 맛만 난다. 그것도 처음에 먹을 때는 맛있다고 먹었는데...

가이드가 맛있는 집이 있다고 해서 가 봤는데 여기는 보다 고기가 더 들어가 있고 색소는 없는,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쪽이었다. 지난번보다 훨씬 맛있게 먹었음. '먹을만하다'고 추천해 주었으나 동생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하더라.

 

(5) 진과스 - 광부도시락

 

별로 대단할 것 없는 음식이지만 항상 올 때마다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평가를 내리게끔 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하나 있는데, 여기 오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서 매우 시장한 상태로 오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뭐라도 주면 평소보다 더 맛나게 먹을 것이고, 결국 보잘것 없는 구성과 퀄리티의 식사라도 높게 점치게 되는 느낌이다. 광부도시락은 그런 밥이다. 그래서 진과스에 오기 전 뭘 많이 먹고 오면 안 된다. 그래야 광부도시락을 200%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6) 시먼 - Chou Chao Tzu

 

원래는 투어가 끝나는대로 바로 타이페이101타워에 올라가 야경을 보고, 아래에 있는 딘타이펑을 먹으려고 계획을 했었으나 그날 비가 하루종일 좀 많이 오는 바람에 체력이 많이 떨어졌던 참이었다. 투어 끝나니 시간도 오후 8시 30분 정도고 해서 아무래도 야경을 보고 밥을 먹으러 나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 그래서 그냥 시먼에 있는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당시 가이드가 했던 '철판요리가 가격은 있지만 맛은 있다'는 말에 꽂혀 철판요리 위주로 찾았다. 원래는 단수이에 괜찮은 집이 있고, 그게 아니라면 시먼에서는 까르푸에 있는 hot 7 정도가 적당한 선택이지만 왠지 까르푸에는 가기 싫었다. 별 수 없이 푸드코트를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시먼 시내에 있는 집을 찾았고 숙소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인 이 집을 찾았다. 생각보다 가격대가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둘이서 엄청 많이 먹었는데도 2만원 조금 더 나왔나 싶다.

2-3인 구성인 패밀리 세트를 주문했던 것 같은데 소 안심 스테이크+돼지고기볶음+말린두부/소시지 볶음+갈치 구이 및 야채 볶음의 화려한 구성으로 음식이 나오기 전에는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항상 이야기하지만 예-스-폭-진-지 투어에는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하니깐ㅋㅋ 매우 허기진 상태에서 죄다 먹었다. 밥/국은 무한리필인 점도 좋았다. 메뉴 구성도 맛도 매우 좋았다. 특히 갈치구이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정말 맛있어서 꽤 놀랐다.

 

(7) 삼미식당

 

작년에는 투어 후 저녁때 들러 테이크아웃해서 먹었다. 그 때 먹은 연어초밥에 참 좋은 기억이 있어서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성을 바꾸어 볶음밥 대신 장어덮밥에 도전을 했다.

여기도 준수한 맛입니다. 메뉴도 많아서 올 때마다 메뉴를 달리 하는 재미도 있는 곳임. 다음에 대만 올 때 또 들를 것 같다.

 

(8) 딘타이펑

팀호완이니 뭐니 많지만 항상 딘타이펑을 찾게 되는 건 왜일까. 이번에는 중국식 짜장면을 처음 먹어봤는데, 약간 심심한듯 하면서도 계속해서 젓가락을 불러오는 묘한 맛이다. 나머지는 많이 접해 보았던 맛이니 생략.

 

 

+ 번외 : 망고빙수+밀크티

(1) 스무시

 

스무시+삼형매+아이스몬스터를 3대 망고빙수라 칭하고, 킹망고까지 더해서 많게는 4대로 꼽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 삼형매가 가장 맛이 없고, 이 스무시가 가장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맛.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가도 좋을 것 같다. 바로 앞에 엄청 줄 서 있는 총좌삥 집도 있고(그만큼 줄 서서 먹을만한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함) 까오지니 뭐니 하는 맛집들이 즐비한 융캉제이니...

 

(2) 아이스몬스터

 

몇 군데가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시청 근처에 있는 이 지점밖에 모른다. 이 날은 갔더니 생망고가 다 떨어져서 망고빙수에 생딸기를 얹어서 먹었다. 나쁘지 않은 맛이었으나 그냥 생망고를 얹는 것이 훨씬 맛있다.

 

(3) 지우펀 - 블랙슈가펄 밀크티

 

국내의 펄 밀크티니, 특히 공차니 뭐니 하는 것들은 다 가짜다. 대만엘 와서 50란이나 85도씨엘 들러서 먹는 펄 밀크티는 타피오카가 훨씬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향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여기 와서 한번만 펄 밀크티를 마셔보면 그간 한국에서 마셨던 것들은 모조리 가짜라는 느낌을 단번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펄 밀크티는... 잊을 수 없다. 큰 화구에서 블랙슈가펄을 직접 볶아서 데워내고, 그걸 국자로 뜬 다음 위에 홍차니 우유니 하는 것이 들어간다. 마지막에는 시나몬 가루가 들어가고 그걸 한 번 토치로 태워낸다. 이렇게 완성된 밀크티는... 맛을 설명하기에는 여백이 부족하여 이만 줄인다.

 

대만 먹부림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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