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만들고자 노력 중인 연말 결산 브이로그 시리즈. 방향성에 있어 많은 고민이 있었으나 의외로 수월하게 극복을 한 듯하다. 약간의 작업기를 풀어본다.
1. Design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주된 줄기를 잡는 일은 늘 어렵다. 보통은 여기저기서 레퍼런스를 찾아보고 몇 가지 포인트를 토대로 대략적인 컨셉을 따온 후 이런저런 시도 끝에 뿌리를 내린다. 하지만 이번엔 레퍼런스 없이 오로지 스스로 구상하여 디자인을 완성해 보고 싶었다.
1-1. Theme + Logo
메인 로고는 2022년 영상에 Novecento 폰트로 썼던 타이포를 그대로 가져갈까 싶었다. 하지만 몇가지 고민 후 작업 노선을 틀었다. 우선 타이틀은 'THE MOMENTS /(year)'라는 고정된 문구를 지니고 있지만 타이포나 심볼 등을 고정하면서까지 유지해야 할 브랜드성은 없다. 그래서 매번 형태를 고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판단했다. 더불어 매년 새로운 디자인 컨셉에 맞추어 타이틀 로고의 폰트나 스타일을 다르게 가져가면서 해마다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보기에도 효과적이고 매년 작업하는 재미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 이유에서 결국 타이틀 로고를 새로 만들었다.
새로운 타이포그래피를 위해 이 폰트 저 폰트 둘러보다가 'Gilbert(#)'라는 폰트가 눈에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비비드 컬러. 테크니카 2(#)도 생각나고... 그래서 흰 바탕에 다채로운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예전 작업물(#)도 그렇거니와 이런 화이트+레인보우 테마는 디자인하기 편하다는 느낌이다. 그냥 단순하게 허여멀건한 맨 바탕은 심심하니 텍스쳐 소스를 활용하자 했고 마침 편집녀 채널에서 구겨진 종이 텍스쳐를 여럿 공유하고 있길래 가져와서 활용했다. 실컷 다 만들고 나서 Gilbert 폰트의 유래를 보니 LGBTQ더라 하... 폰트와 색이 이쁘니 되었다. 이런 컬러 폰트는 처음 써 보는데 디자인하기 정말 편하다 싶었다. 보통 이런 걸 Pre-colored font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포토샵에서는 바로 불러올 수 있었고 파컷에서는 안 써 봤지만 아마 애프터이펙트처럼 못 쓸 것 같다. 궁금해서 다른 컬러 폰트들을 찾아보니 거의 대부분의 폰트가 Gilbert처럼 여러 가지 무지갯빛 색상들을 적절히 조합한 스타일이더라. 이쁘고 편하지만 남용하면 안 될 것 같다.
1-2. Information + Banner
인포메이션은 2022년부터 시작해서 앞으로도 쭉 밀고 가고 싶은 부분이다. 이곳저곳을 쏘다님을 기록한 영상을 나중에 다시 돌려 봤을 때 장소에 대한 기억을 좀 더 빨리 떠올리면 좋겠다 생각해 지명 중심의 정보를 기입했다. 2022년엔 텍스트박스를 활용해 봤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서 올해는 그냥 텍스트만 띄우는 쪽으로 했다. 지명은 여행 중 길거리에서 찍은 영상도 걸어갔던 경로를 훑어 알아낸 도로명을 넣을 정도로 디테일에 꽤 신경을 썼다. 이번에는 로고를 워터마크처럼 띄웠는데 지난번처럼 텍스트박스처럼 띄웠을 때보다는 보기에 더욱 괜찮았던 것 같다. 추후에 시리즈가 지속된다면 이런 인포메이션은 최대한 손이 안 가는 방향으로 매년 형태를 달리 해서 적용시킬 것이다.
이번에는 사건의 구분과 더불어 시기 등의 정보와 사건의 큰 정보를 모두 담기 위해 반쪽짜리 배너를 활용했다. 배너는 종이 텍스쳐 소스에 모션을 준 컬러 바를 multiply로 얹어 덜 심심하게 했다. 컬러 바의 색은 타이틀 로고처럼 다채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파트마다 다른 색깔을 썼다. 색깔마다 각각 의미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03) 경주는 벚꽃놀이 하러 갔으니깐 핑크, 06) 도쿄 여행은 일본 국기에서 착안한 빨간색, 07) 요시다 유니 전시회는 트럼프 카드를 시각화한 전시의 메인 컬러 붉은색과 보라색 중 도쿄 파트에서 사용한 붉은색을 제외한 보라색, 08) 가창은 단풍구경하러 갔으니깐 주황색, 09) 기타 파트는 여러 시기를 모아 놨으니 여러 가지 색으로 구성했다. 01) 서울 나들이, 02) 북큐슈 여행, 04) 2주년, 05) 수집가(=이건희) 전시회는 별 의미 없이 그냥 색깔이 이뻐 보이는 것 같아서 썼다. 지금에 와서 아쉬운 건 모션이 없으니 좀 심심한 느낌이 들고(처음엔 배너 전체에 모션을 주려고 했다가 생각했던 대로 모션이 안 나오길래 그냥 정적인 배너로 바꾸었다), 배너와 영상 사이에 스트로크를 좀 줘서 영역을 구분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기도 하고, 그 이전에 배너라는 요소 자체가 좀 촌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다음엔 좀 더 트렌디한 방향으로 개선을 해 보자.
또한 배너의 지명은 파트마다 범위가 제각각이다. 각 파트 당 2-3개 정도의 지명으로 세분화시키려고 했다. 대부분 가게, 기관명 위주에 간혹 도로명(경주 황리단길) 정도를 썼다. 하지만 겨울에 갔던 북큐슈는 너무 넓은 지역이라 그냥 후쿠오카/나가사키/벳푸 정도로만 적었던 반면 여름에 갔던 도쿄는 그보단 범위가 작지만 도쿄 시내/후지산 부근/디즈니랜드를 구분하고 싶어서 나눴다. 이런 지역명의 대부분의 근거는 나무위키다😅 추후 배너의 활용이나 지명의 기입 방법은 고민을 좀 해 봐야겠다.
2. Music - Hoshino Gen
작년 음악이 약간 느린 하우스 음악(#)이었는데 뭔가... 뭔가 만들고 보니 브이로그에 맞는 음악은 아니었다는 느낌이란 말이지. 돌이켜 보면 이런 적이 종종 있었다. 영상을 만들 때는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곡이 영상과 잘 맞는지를 유심히 따져 봐야 한다. 올해는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에 보다 빠른 템포의 곡으로 갈까 싶었다. 수익 창출에는 일절 관심이 없으니 라이선스 음악 아무거나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주의여서 올 한 해 들은 음악 중에서 골랐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업템포는 아니지만 Lizzo의 About That Time이 노래도 좋고 비속어가 살짝 섞여 있긴 해도 가사 또한 좋았기 때문에 이 곡으로 작업을 할까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를 너무 인상 깊게 보았고 그중에서도 드라마의 엔딩곡인 호시노 겐의 <Koi>는 부부와 그 모든 관계를 넘어선 넓은 범위의 사랑을 위한 좋은 노래라 생각해 드라마 몇 화 보자마자 이쪽으로 선곡을 선회했다.
J-POP이라 일본어 가사가 있는 곡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영상 작업할 때 영어 가사 이외의 언어가 나오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인스트루멘탈을 따로 찾아서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운드가 빈 느낌이 없는 이유는 호시노 겐의 특유한 편곡 스타일 때문이다. 리듬과 비트를 중요시한 편곡은 복잡하면서도 풍부하다. 하지만 듣기엔 더없이 편안하다. 그래서 호시노 겐의 곡들은 보컬을 빼도 들어도 그 자체만으로 또 하나의 완성된 곡처럼 느껴진다. 이런 호시노 겐 곡들의 특징은 평소 노래를 들을 때 보컬보다도 편곡에 더욱 집중하는 내게는 꿀이 가득한 꿀단지 같다. 물론 <Koi> 또한 인스트루멘탈은 보컬이 있는 쪽과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심심한 부분이 있음에도 이 곡은 오직 편곡만으로도 충분히 꽉 찬 느낌이라 bgm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영상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는 이런 밝고 빠른 곡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bgm의 템포가 빠르고 담고자 하는 내용이 많을수록 화면 전환이 빨라져서 내용 전달은 어려워지지만 그래도 심심한 것보다는 낫다 싶다.
3. Work
1) Tool; Final Cut Pro
작업방향에 대한 고민은 2022년 영상 작업 말미부터 시작했다. 모션은 최대한 줄이고 오로지 컷편집한 영상 위주로만 실으면 영상도 보다 깔끔하고 작업 간소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향후에는 영상 편집 위주로만 하는 것으로 작업 노선을 정했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애프터이펙트로만 영상 편집을 하기에는 툴도 무겁고 작업 자체도 직관적이지 않다는 애로사항이 있다. 이 시점에서 영상 편집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는 프리미어와 파이널컷 두 가지가 있었고 2019년에 전문의 시험 준비를 시작할 기시 즈음 구매했다가 지금은 거의 놀고 있는 맥북을 활용하고 싶어 파이널컷 입문을 했다. 파컷은 구독제가 아니라서 참 좋다. 게다가 와이프 경로로 교육 할인받아 번들로 구매하면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모션은 뒀다가 나중에 쓸 수도 있고 로직은 내가 쓸 일이 없는 것 같지만 나중에 와이프가 배워서 써먹으라지. 컴프레서는 일단 설치했는데 활용법을 모르겠다. 사실 알아보질 않았다;
그래도 단순 컷편집은 파컷으로, 이외에는 아직은 그동안 쓰던 애펙이 조금 더 편해서 타이포를 포함한 기타 등등은 에펙에서 작업했는데 이게 뭐랄까... 맥과 윈도우를 왔다 갔다 하니 좀 번거로웠다. 물론 애펙을 맥으로 돌려서 맥에서 다 작업을 하면 되는데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냥 하던 대로 했다. 내가 고차원의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 지금 상태로도 원하는 수준까지는 별 무리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몇 가지 고민이 있다. (1) 2019 맥북 프로가 수년 전 사양임에도 OS와 소프트웨어가 맞물려 최적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작업 속도 자체가 빨랐다. 이쯤에서 모션을 익히고 활용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 꼭 모션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최종 출력은 맥에서 하는 것이 괜찮아 보인다. 파컷과 애펙의 작업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많은 모션을 요구하지 않는 영상이라면 모션이 필요한 부분만 애펙으로 미리 작업해서 그 소스를 파컷으로 가져온다면 훨씬 더 나은 작업속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도? 하지만 모션은 배우기 힘들다. 파컷은 보급이 잘 되어 있어 강좌가 많아 익히기가 쉬웠는데 모션은 강좌 수가 적으니 배울 엄두가 안 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작업을 맥에서 해치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모션이 애프터이펙트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프로그램을 이해한 후 접근성과 활용성을 따져 보고 괜찮다면 애펙에서 모션으로 넘어가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2) Two tracks; Public and Limited Edition
외부에 얼굴이 공공연히 공개되는 것을 꺼려 SNS도 안 하시는 아내 때문에 2022년부터 내수용과 외수용을 구분해야 함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해결은 의외로 간단했는데 내수용과 외수용에 다른 컷을 담으면 되는 것이었다. 외수용은 얼굴이 안 나오거나 덜 나오는 컷을 담고 내수용은 얼굴이 나오는 컷을 실어서 따로 출력하고, 파컷의 레이어 보이기/숨기기 기능을 이용하면 한 프로젝트 안에서도 두 가지 작업이 모두 가능했다. 실제로 그렇게 둘로 출력해서 둘 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대만족함. 미모지를 활용하려고 했던 지난 아이디어도 썩 나쁘지는 않지만 손이 너무 많이 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아마 그대로 갔다간 작업하다가 분명히 도중에 때려치웠을 것 같다.
유튜브 업로드 시 명칭에 대한 고민이 조금 있었다. 한국말로 내수용 외수용이지만 이걸 그대로 영어로 옮길까 하다가, 공개/비공개의 의미를 담은 Opened/Closed를 쓸까 하다가, 결국엔 Public/Limited라고 썼다. 내수용은 일부 공개로 링크가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고 내수용만의 컷 혹은 쿠키영상도 있으니 limited라는 표현은 맞는 것 같다.
만약 이후로도 이 시리즈를 이어서 만들게 된다면 앞으로 해야 할 것
- 영상 촬영. 올해는 폰카로 대충 찍은 것들을 모아 놓았지만 확실히 카메라로 찍은 것이 더 보기 좋기는 함. 하지만 카메라 영상 촬영은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실내조명 하에서는 플리커, 빠른 움직임 하에서는 젤로, 어두운 야외 촬영에서는 충분한 광량을 위한 카메라 세팅에 신경 써야 한다. 단순히 깨끗한 영상을 담는 것뿐만 아니라 구도나 트랜지션을 포함한 감각적인 연출 또한 고려해야 한다. 좀 더 이쁘고 단아한 컷을 담고 싶다.
- 보정. LUT와 노출 정도만 가지고 단순한 작업을 했는데, 좀 더 보이는 때깔이 좋으려면 어떻게 보정할지를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 영상 내 각종 표현들이 과연 옳은 표현인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가령 Annual Closing Video는 과연 옳은 표현인가? 'annual closing'이라는 표현은 간혹 사용하는 것 같고, 'year-end closing'이라는 표현도 가끔 사용하는 것 같은데... 영어공부를 다시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 무엇보다 과연 올해에는 만들 수 있을까? 그동안 자료를 어떻게 모으고 구성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길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 짧은 영상이나마 명맥을 계속 이어나가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