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약탈단 로고는 처음 약탈단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한 번 손을 대 보고 싶었던 작업이었다.
사실 그런지는 잘 몰랐는데 트위터 뒤져보니까 약탈단 들어가기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처음 약탈단 봤을 때부터 크루장이 주축이 되어 진짜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뭐라도 빼앗을 것 같은 약탈단 이미지(말이 약탈단이지 현실에서 이런 짓을 하면 약탈단이고 뭐고 없이 그냥 강도다. 우린 그런 사람 아니에여)가 잘 구축이 되어 있었고 이름 자체도 내 기준에서는 워낙 독특했기 때문에 컨셉이라든가 소스라든가 하는 것이 머릿속에서 무럭무럭 피어났다. 뭐 활동도 하고 정모도 참가한 지금 너나 나나 우리 이제 좀 친하지만 요즘 공부한다고 전혀 게임이라든지 활동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ㅜㅜ 사죄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예전부터 누누히 이야기를 했지만 로고는 크게 심볼을 이용한 타입과 타이포를 독특하게 변형-활용한 타입이 있는데 역시 후자는 정말 감각이 있고 멋진 스킬로 깔쌈하게 만들지 않는 어중간한 수준에서는 그다지 큰 효과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역시 심볼을 이용한 타입이 여러모로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이래저래 활용하기가 쉽고 편하다는 말이지. 그래서 대략적인 줄기는 그렇게 잡기로 하고 이제 심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에 들어갔다.
사실 '약탈단'이라는 것은 이 크루에서 자체적으로 고안한 컨셉-명칭이 아니라 마비노기의 그것에서 따 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약탈단이 생기기 훨씬 이전인 2009년 그림자 던전이 기존의 컨텐츠를 씹어먹는다는 논란 가운데 덩치만 엄청 크고 유저도 심지어 NPC도 별로 없었던 타라가 막 업데이트 될 시점에서 접었기 때문에 약탈단 컨텐츠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고 지금도 어떻게 생겨먹은지만 알 뿐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녀석들인지는 하나도 모르긴 하지만 조금 살펴본 결과 이후에 추가된 교역 시스템에서 유저가 교역품을 막 운반하면 돌연 나타나 우리의 소중한 교역품을 빼앗아간다는.... 약탈단이라는 명칭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래도 마비노기 약탈단 하면 독특한 이미지를 가진 녀석이 좀 있었는데
물론 이것도 어디서 가져온 이미지이기는 하지만 몇가지를 꼽자면 딱 이정도? 아래의 두 스타일은 마비노기 오리지널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별로 약탈단 이미지를 구현해내지 못할 것 같고 결국 복면과 마스크로 범위가 좁혀졌다. 하지만 복면은 형태가 너무 단순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복면' 하면 무엇보다 용개가 쓴 그 빨간 복면이 먼저 생각이 났기 때문에 핵심적인 요소는 마스크로 가닥을 잡았다.
그렇다고 마스크만으로 이미지를 구성하면 물론 심플하다는 이점은 얻을 수 있으나 원래의 '약탈단'이라는 의미를 주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약탈단이 원래는 마비노기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의미도 부여하고 싶었고 해서 결국 누군가가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마비노기 하면 대표적인 캐릭터가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나는 정말 옛날 G4 시작하기도 전부터 마비노기 했을 때도 2009년 잠깐 바짝 타올랐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마비노기 내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꼽으라고 하면 둘도 없이 단연 임프라고 생각을 했고 악동스러운 분위기도 지금 약탈단 크루의 이미지에 잘 맞는다 싶어서 결국 임프를 선택했다. 그래서 최종적인 형태는 임프가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결정이 되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대략적인 특징은 위 이미지의 첫번째 임프 그대로가 되었다.
처음에는 정면을 보는 구도를 생각했었는데 그러면 마스크가 꼭 반프레스토의 로고를 닮을 것 같아 약간 측면을 보는 방향으로 했다. 패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하게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마비노기 내에 이미 있는 스프라이트에서 선을 따 온 것이다. 내 기억의 임프는 가장 왼쪽의 좀 엽기적이고 익살스런 이미지 뿐인데 원래 스프라이트도 저렇게 귀여운 쪽이었나? 저 가운데 임프도 인게임 모델은 왼쪽처럼 이상한가? 싶었는데 바로 윗사진에 인게임 모델이 있구나. 임프가 성형수술을 받았어요.
기존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형태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고 원 이미지의 복잡한 부분을 최대한 제거해 내고 단순하게 가고자 했다. 기존의 임프에게 가면을 씌우고 그냥 눈을 날카롭게 두덩이 떵 붙이려니 리듬게임 크루로서의 요소는 하나도 없는것 같아 테크니카 크루이니 테크니카 노트를 한쪽 눈에 뙇 때려박았다. 사실 이건 예전에 봤던 디그레이맨의 태엽이 마구 돌아가는 알렌의 눈에서 따낸 아이디어다. 약간 측면을 보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이 추가한 마스크에도 약간의 원근 효과를 준 데 비해 노트는 원근감 없이 거의 그대로 사용을 했는데 이게 괜찮을지 괜찮지 않을지는 잘 모르겠다.
위에 마스크만으로는 활용이 힘들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사실 마스크 부분만 해도 특징이 없는 밋밋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심볼이 베이스가 되고 이 형태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인식이 된다면 나중에 마스크 부분만을 떼 와서 심플하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는 건 사실상 좀 힘든 부분이고... 아니 뭐 그냥 그럴 수 있다고.
타이포는 뭘 해야할까 하다가 약탈단 리게이들 베이스캠프가 서부게임천국이니 타이포도 웨스턴스럽게 가자고 해서 웨스턴 카테고리에서 찾다가 그냥 마음에 드는 걸 박아 넣었다. 크게 보면 좀 더 괜찮은 폰트로 나중에 색깔을 입히면 훨씬 더 이쁘겠다 싶다. 폰트 자체에 테두리가 포함되어 있는데 흰 부분은 흰색이 아니라 당연히 비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후에 이래저래 활용할 때 꽤 발목을 많이 잡겠다 싶어 일부러 흰 부분은 스트로크를 넣어 다른 데 옮길 때도 계속 흰 테두리가 남도록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잠시 멘탈붕괴 상태에 있다가 일러스트레이터에서 폰트도 패스화 시킬 수 있다고 하기에 패스화 시킨 다음 조각조각내어 스트로크 먹이니까 대충 해결이 되었다. 결국 그냥 쓰면 한 레이어가 될 것이 두 레이어씩, 그래서 타이포에만 네 레이어가 사용되었다. 그동안 일러스트레이터를 철처히 배척하던 나였지만 이번 작업 하면서 처음으로 '어?'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크루에 심심해서 올린 작업물 올릴 때 'THE PILLAGIST'라는 문구를 써서 넣은 적이 있는데... 이는 원래 테크니카의 디스크셋에서 착안한 것이다. 지금은 그런 네이밍을 잘 하지 않지만 예전 테크니카 1세대 시절에는 Customizer부터 시작하여 Challenger, Specialist 등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네이밍을 했다. 정복자Conqueror에 이어 약탈자Pillager도 나오면 좋지 않을까 싶어 그 점을 살려 본 것이다. 왜 Pillager가 아니라 PIllagist냐고 물으면 그쪽이 더 전문적으로 하는 '꾼'의 뉘앙스를 더욱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랬다고 대답하고 싶다. 물론 전적으로 나 혼자 생각했던 것이고 크루의 정식 영칭도 모를 뿐더러 다른 크루원들의 의견은 전혀 묻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명칭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데는 의문감이 든다.
마지막 TECHNIKAL CREW는 TECHNICAL로 할까 TECHNIKAL로 할까 수십번 고민하다가 결국 테크니카도 TECHNICA가 아니라 TECHNIKA니까 하는 생각에 그냥 K쪽으로 갔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크루 이름으로 테크니션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이상 크루원 전체의 생각은 하나도 반영 안되고 순전히 내멋대로 만든 로고 썰 끝. 이 로고가 과연 쓰일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