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이번이 꼭 30번째 스타리그군.
이영호의 우승은 예상하고 있었고 오늘 낮에 와고에서 세트스코어와 세트승패 모조리 걸었는데 예상대로 딱딱 맞아떨어져서 미네랄은 짭짤하게 벌었다. 아 이래도 룰렛으로 잃은 미네랄 복구를 다 하지 못했다니ㅜㅜ 이럴줄 알았으면 꽤 많이 걸어놓는건데. 어쨌든 그래서 오늘은 딱히 누굴 응원하는것 없이 그냥 배팅한게 맞나 안맞나 하는 심정으로 봤다. 이제 누가 이기는것 따위는 관심이 없다... 솔직히 오늘 경기들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다들 원사이드하게 끝나버려서-_-; 이제 스타1판에서는 더 이상 극적인 장면이 나오기가 매우 힘들것 같다.
하나 흥미로운 것은 임-이-최에 이은 본좌는 과연 누가 될것인가에 대한 숱한 논란이 지금에 와서야 마무리지어진듯 하다. 이윤열 이후 7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양대리그 동시석권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며 연간 최다우승 신기록, 게다가 골든마우스까지 누릴수 있는 모든 영광은 다 누린 이영호가 당대 최고의 본좌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해외에서 펼처지는 첫 결승전이니만큼 로컬라이징에 매우 신경을 쓴 듯 보였는데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중국쪽 MC(아마 SITV쪽같은데)가 이야기하는 것은 자막처리 되지 않아 하나도 못 알아먹겠더라. 좀 답답헀음-_-; 단순히 번역해서 아나운싱하는것 뿐만 아니라 그쪽에서도 코멘트를 더하는 것이 있었을텐데 그런 면을 누리지 못해서 아쉽다. 그 외에 각종 PV영상에서 한글을 최대한 배제하고 한자를 삽입한 것 등은 매우 좋은 현지화였다. 오프닝은 2006 신한은행 시즌3때처럼 스토리가 있는 매우 고퀄리티의 오프닝이었다. 상당히 좋았으나 또한 우려되는 것은 스타리그 PV에서 그런 게임 외적인 요소를 활용한 예가 많았기에 우리에게는 익숙할 수 있어도 중국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것 같았다. 오프닝만 봐서는 이게 무엇을 위한 오프닝인지 우리보다 더욱 알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나저나 오늘 엔딩 정말 길군. 엔딩만 보면 그간 스타리그 역사를 모두 정리하고 이제는 스타2로 갈아탈 속셈이 있는것 같아 보이지만 전용준 캐스터나 성캐의 다음시즌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클로징멘트로 보아 스타2로 급하게 갈아타는 것은 아닐듯 싶다. 지금 나오는 엔딩은 단순히 역사의 정리로 보는게 맞고 스타리그가 그간 쌓아온 브랜드가치는 한순간에 떨쳐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몇 시즌은 더 진행할 것 같다.
사실 오늘 매우 초점을 맞춘 부분이 이 부분인데, 앞으로 대한민국 ESPORTS에 있어 스타1에게 남은 수명이 얼마정도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거론되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레텍과 케스파의 불화로(GSL때문에 프로리그를 전면 부정한다는 그레텍의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지만) 프로리그는 케스파가 모든것을 포기하고 기어들어가지 않는 한 더이상 개최되기 매우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고 MSL도 최근에 그레텍과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을 마무리하여 그레텍이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MBC게임 자체적으로도 마지막 MSL이라는 암시를 매우 많이 풍겼기 때문에 MSL도 더 이상 존속할수 있는가의 여부는 그다지 확실하지 않다. 이 와중에서 그나마 이 판에서 버틸수 있을만한 힘을 지닌 대회는 스타리그 뿐인데 정말 프로리그와 MSL이 모두 중단된다고 하면 그런 상태에서 스타리그 하나만 존속하게 되어 리그를 펼쳐나가는 것은 매우 힘들어 보인다. 이 판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미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스타2로의 전향을 밝힌 바 있고, 지금은 미약할지라도 스타1에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가 아닌 정말 실력 좋은 에이스 플레이어가 전향을 하게 되면 이 현상은 분명 가속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스타 1판이 더이상 리그도 펼치지 못할 정도로 작아지게 되는 것은 정말 조만간일 수 있다. 그래서 스타1판의 수명을 정말 짧게는 이번 스타리그까지, 혹은 길어봐야 향후 1년까지로 예상을 했었다.
이제 스타리그까지 시즌을 완전히 마친 시점에서(더이상 대한항공이 스폰을 할 일은 없어보인다. 이번 스폰으로 대한항공도 재미를 많이 본 것 같은데 다시 투자를 한다면 프로리그나 스타2리그에 투자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펼쳐지느냐가 관건이다. 그레텍과 좋은 관계를 맺은 온게임넷이 스타리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당분간은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이고 스타리그와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병행할 것인지의 여부도 궁금하거니와 리그 개최 여부도 승인과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맵 선정 이벤트를 펼치는 케스파가 그렇게 악착같이 지키고 싶어하는 프로리그가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되는지, MBC게임은 과연 그레텍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지... 이스포츠판은 나날이 성장하고 변화해 가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스타크래프트1판은 중계권 파동도 승부조작 사건도 아닌 정말 지금에서야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