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번의 플레이오프를 거쳐오며 역시 단단하고 강력한 명문구단이라는 것을 입증한 T1. 지난 다섯번의 우승이 절대 허울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에게 보이며 T1은 이영호를 필두로 하여 시즌 내내 1위를 지키며 위너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던 KT롤스터라 할지라도 과연 상대할 수 있을까 하는 포스를 풍겼다. 나는 골수 KT빠라 당연히 KT를 응원하긴 헀지만 KT의 우승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T1에 비해 주력 선수 이외의 선수들의 기량을 100% 신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희망을 걸었던 건 이번시즌 5R에 가서야 여유를 찾은 KT가 이영호 이외의 김대엽, 박재영 등의 선수를 반복적으로 기용하면서 가능성을 찾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잘 하고 있던 정명훈과 도재욱 이외에 김택용이 깊은 부진에서 벗어났고 박재혁도 충분히 강력해져 1승을 기대해볼만한 선수로 거듭났으며 이외에도 쓸 수 있는 카드가 KT에 비해서는 많고 확실했기 때문에... 실제 와이고수 배팅 폴에서도 KT보다는 T1의 비중이 더 높았었다고 기억한다.
알려진대로 신한은행 스폰의 마지막 시즌인만큼(아마 다음시즌은 대한항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히 멋들어진 결승전 오프닝을 대동하며 결승전의 막이 올랐고, 치열한 접전 끝에 결과적으로 4:2로 KT가 우승을 가져가면서 창단 10년간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헀던 한을 풀게 되었다. 빌드싸움에서 이긴 김대엽이나 이승석의 판단미스로 인해 상황이 반전되어 승리를 가져가게 된 박재영의 경기보다는 첫 스타트를 잘 끊었던 우정호나 세찬 공격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결국 한방으로 상대를 멀리 보냈던 이영호의 경기가 더 기억에 남았다. 특히 MVP는 모르고 그냥 훅 당할수도 있는데 잘 찾아내고 효과적으로 막아내어 처음부터 기세를 KT쪽으로 가져오게 한 우정호에게 MVP가 돌아가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6경기에서 보여준 이영호의 단단한 포스는 이길수 없었나보다.
이로써 10년동안 KTF매직엔스부터 시작하여 KT롤스터를 응원한 나의 깊은 숙원도 해결이 되었다. 이번엔 직접 광안리로 갈까 생각도 했는데 모임 주최를 하는 사람이 인원을 너무 끌어오지 못해 그냥 집에서 보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지만... KT가 이길 줄 알았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오프를 뛰었어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제까지는 모두들 잘 해 왔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캄캄하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 모험으로 시작한 이 판을 모두의 열정으로 크게 키워왔고 협회 출범과 동시에 중계권 논란, 그리고 승부조작 사건과 협회를 등진 블리자드 등 크게 벌어진 일 한방 한방이 매우 치명적이고 뼈아픈 일이었지만 그래도 잘 버텨내고 지금까지 잘 참아오며 이렇게 무럭무럭 성장해 왔다. 다만 정말 지금 이순간부터가 중요하다. 프로리그 다음시즌을 기대해 주시라는 전용준 캐스터의 말이 있었지만 다음시즌이 열릴지도 불확실하고 그 시즌이 스타크래프트1로 계속 이어질지 모든것이 의문이지만 E스포츠를 일으키던 태동기때의 그 열정으로 모두가 뭉친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흐름이 변하건 간에 이스포츠판은 항상 열정과 환호 속에 계속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