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Sonance
freenote
thinkbig
c.life
g.life
design
journey
lateadopter
link
etc





Sonance | free note | thinkbig | c.life | g.life | design | lateadopter | journey | etc | contact | link


이스포츠 승부조작 썰

아오 오늘 공부는 언제 하지-_- 어쨌든 사상 최초로 격납고에서 펼쳐지는 스타리그 결승전을 얼마 앞둔 시간에 어제 있었던 뒷담화를 보고 내 생각을 써 본다.


21일자 뒷담화에서는 기대했던 대로 승부조작건에 대해서 굉장히 무겁고 심도있는 썰을 펼쳤다. 방송 내내 이스포츠의 앞에 놓여진 길을 염려하며 연신 격양된 상태를 추제하지 못하던 김위원과 평정심을 가지고 살짝은 관조적인 자세로 바라보던 엄위원, 그리고 의외로 흥분을 하지 않으면서 조리있게 정리 잘 해 나가던 용선생의 대화는 이번 사건에 대해 무조건적인 강경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나 그들도 피해자이니 무조건적으로 옹호해 주어야 한다는 사람들 모두가 한번쯤 보고 생각해야 할 만한 방송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번 사건은 누구는 가해자이기 때문에 나쁜놈이요 누구는 뭣모르고 가담했기 때문에 피해자요 할 것 없이 모두 잘못헀다는 것이다. 다만 연루된 선수들만 집중조명되어 해당 경기가, 오고간 액수가, 그들의 사과문이, 그리고 그들의 향후 행보가 기사화되어 자꾸 거론이 되며 그런 일을 직접적으로 행한 선수들'만' 나쁜 사람처럼 몰고 가는 지금의 상황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물론 승부조작은 선수 개인의 차원에서 방지될 수 있는 것이긴 했지만 이번 사건의 원천을 제공한 것은 그렇게 선수들을 몰고가게끔 한 불법베팅 사이트와 특히 그런 불법 베팅 사이트에 대해 감지는 하고 있었으면서도 쉬쉬하며 사전에 강경책을 펴지 못해 사태를 지금까지 끌고 오게 만든 협회다. 뒷담화에서는 그저 사회라 나왔지만 이스포츠에 있어 그 사회의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는 것은 다름아닌 협회다. 이스포츠의 진흥화 발전을 위해 설립되었다면 협회는 그것이 잘 자라도록 육성할 뿐만 아니라 아픈 부분은 케어를 해 주고 필요하다면 종양을 떼어내듯 도려내었어야 했다. 예전부터 협회는 그다지 못미더웠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협회가 얼마나 유명무실하고 허울뿐인 집단인지를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에 개입하게 된 온게임넷은 방송과 웹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회사 소속 구단의 사무국장을 해임시키고 이명근 감독을 직무정지시키는 등의 강경책으로 좋은 본보기가 되었는데 웬만하면 글 쓰면서 볼드 안먹이지만 이쯤되면 협회장은 옷을 벗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까지 협회가 책임을 지지 않고 그저 뒤에서 가만히 앉아 손 하나도 까딱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단순히 내 개인적인 생각과 바람이 담긴 부분이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잃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이번 사건이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온 이유 중 하나가 이번 사건에 가담한 선수들이 다 실력 못내서 하위권에서 빌빌거리고 있던 선수들이 아니라 나름 다 실력도 있고 커리어도 있던 선수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진영수 선수는 열렬히 응원한 선수는 아니지만서도 우승 한 번 하길 바라는 몇 안되는 게이머였는데 이런식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하게 된 것은 실망스럽지 아니할 수 없다. 굳이 그 사람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더라도 모든 선수가 그만큼 다 아끼고 응원하는 선수들인데 부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은 실수 한 번 쯤은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은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말고 욕을 먹어서라도 용서를 구해 여기에 남아 깨끗하고 청렴한 모습으로 다른 선수들보다도 더욱 이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력해 모두에게서 납득을 받고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네. 하지만 이 판에서 떠나야만 마땅하다는 사람들의 소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스포츠는 앞으로도 더욱 공을 들여야 대외적으로도 완전한 문화가 될 수 있을텐데 이번 사건은 그런 공든 탑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내리쳐 피사의 탑마냥 옆으로 기우뚱 기울어지게 만든 일임에는 틀림없다.

무엇보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더욱 중요한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이 이 탑이 무너지지 않게 이전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비단 이스포츠를 구성하는 관계자나 선수들만의 역할이 아니라 이스포츠의 뿌리인 우리 팬이 해야 할 일이다. 어제 뒷담화에서 김캐리 위원도 그랬듯이 그런 의미에서 이번 스타리그 뿐만이 아니라 MSL 결승전은 정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의 이스포츠가 흥하느냐 망하느냐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열쇠이기 때문이다. 두 결승전 모두 좋은 성과를 이루어 아직도 이스포츠는 '희망'이 있음을 만인에게 알릴 수 있는 큰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Sonance

*1  *···  *315  *316  *317  *318  *319  *320  *321  *···  *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