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역대급 스토브리그가 아닌가 싶다. 뭔가 글을 남기고 싶어서 여러번 고민 끝에 글을 써 봄.
LCK
원래는 팀별로 자잘하게 쓰려고 했다만 쓸 데 없는 이야기가 많아 큰 맥락 몇 개로만 줄여서 풀어보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겠다 싶어서 방향을 바꾸어 보았다.
1. 감코진의 중요성
최근 몇 시즌을 통해 좋은 자원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케이스(T1, GEN, HLE)와 아무리 형편없어 보일지라도 잘 갈고닦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는 케이스(DRX)들을 경험한 LCK 팬들은 드디어 감코진의 중요성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를 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팬들이 인지를 했다면 실제로 필드에서 선수단을 꾸리는 프런트는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선수단도 선수단이지만 그보단 감코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짙었다. T1으로 넘어간 양파 사단이 가장 기대가 되고, 이외에도 예전 RNG사단을 재결성한 HLE도 이목을 끈다. 나머지 자잘한 감코진 영입은 사실 어떤 성과를 낼지 잘 모르겠다. 이건 까 봐야 알겠다.
2. Buried Stars, Rising Stars
이번시즌은 유독 그 많던 네임드 선수들이 대거 은퇴를 하거나 팀을 구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많았던 것 같다. 요 몇 년간 유스 시스템이 점차 궤도에 오르면서 프런트나 감코진 입장에서는 유망주들을 콜업해서 사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큰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프랜차이즈화가 도입된 탓인가? 네임드에게 큰돈 쓰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임. 은퇴를 띄운 선수들은 그대로 은퇴한다 치지만 아직 아무 소식 없는 선수들은 어떻게 될까? 다만 이 판 선수들 수명이 유독 짧은 만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이렇게나 대거 나가떨어져버리니 안타깝기도 하고... 내가 롤을 오래 봤다 싶은 생각이 든다.
여튼 이번시즌 최대어인 쵸비의 행보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음. 과장 조금 더 보태서 스토브리그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자가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축인 너구리의 행보는 아쉽지만 응원한다 정도.
3. 프런트와 팬 문화
예전에도 팬들이 협회나 방송사에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유독 그 목소리가 거셌던 것 같다. 서양에서는 이런 팬 문화가 Toxic하다고 굉장히 안 좋은 평을 하던데 근조화환이나 트럭 정도면 굉장히 얌전하게 잘 표현한 것 같고,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고려하였을 때 적당한 수준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싶다. 이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시선 차의 한계 때문인 듯하다. 더불어 이게 이스포츠에서는 그나마 이 정도로 공격적인 사례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이미 수많은 스포츠에서 나타났던 과격한 팬 문화들은 왜 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훌리건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데? 더불어 모든 현상은 원인을 따져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도 프런트의 만행이 거론된 적은 많았으나 올해만큼 프런트의 잘못된 행실이 논란으로 떠올랐던 적이 있었나? 정도의 차이로 인한 문제는 있을지언정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는 정당했던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다만 실제로 영입을 진행중이고 이미 체결된 계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가 늦은 것인지, 영입이 불발되었는지, 혹은 영입 자체에 대해 소극적인지는 우리가 감코진과 프런트가 아니라 100%는 알 수 없다. 올해는 유독 썰쟁이가 많은 느낌인데 실제로 각 구단에서 직접 발표하거나 기자 등에 의해 명확한 소스가 공개되는 오피셜만 아니면 나머지는 그냥 재미로 보는 정도로만 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KT가 받은 화환은 좀 과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지만 얘들은 워낙 과거 행실이 별로 좋지 않았어서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더불어 트럭이 떴던 두 구단(T1, KT) 이외에도 DRX도 스토브리그를 나쁜 의미로 뜨겁게 달구었던 것 같은데 선수가 언해피를 이정도로 직접적으로 띄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고, 감독 정도가 아니라 단장이 본인의 프랜차이즈화를 위해 이 정도로 힘썼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제발 스포트라이트는 실제 경기를 하는 선수들, 좀 더 양보해서 뒤에서 전략 짜고 육성하는 감코진 정도까지만 받았으면 좋겠다. 팀 운영에서 별 말 안 나오는 것이 프런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입니다. 얼마나 형편없었으면 내부고발자유동이 찌라시구라를 그렇게 많이 흘리나.
기대되는 팀 : DWG, T1, HLE
기대 안 되는 팀 : DRX, AF, KT(선수진의 문제를 떠나 나는 여기 감코진의 능력이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 SB, HFB
모르겠다 : GEN, DYN, 사실 농심은 기대가 잘 안 되는 팀이긴 하지만...
리빌딩이 어떻게 되든 보는 경기만 재밌고 롤드컵 연속으로 먹으면 장땡입니다. 2021년도 화이팅합시다.
+ 번외 LEC
LEC 최고의 명문 구단인 G2, FNC의 아이콘이 각자의 둥지에서 떠났다. 각각의 행선지가 참 인상적이다.
Rekkles : "And I will"
레클레스는 참 멋있다. 이 선수는 아직도 월즈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프나틱이 제시했던 조건은 금전적으로는 매우 파격적이었으나 월즈 우승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말이 되었고, 결국 그는 월즈 우승 하나만을 바라보고 이적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것도 본인이 거의 평생을 몸담고 있던 팀을 패던 라이벌 팀으로. 어떻게 이런 이적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내가 타 리그 팀들은 딱히 응원한 적이 없었고 올해도 LCK의 월즈 탈환이 시급했기에 별다른 응원을 하지 않았는데 2021 G2는 꼭 월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면 좋겠다 싶다.
Perkz : "2021 will be the first year NA places higher than EU"
퍽즈의 의도는 이해하기 다소 힘든 부분이 있다. NA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그의 말은 이미 유럽 최고의 구단에 수년간 몸을 담아 왔으나 한계를 보았고 LEC를 떠나 LCS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러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전에 그가 했던 말-LCS는 돈 벌러 가는 곳-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가능성보다 LEC에서는 이제 별 수 없으니 황금이 묻혀 있는 LCS로 떠난다는 의도를 지우기 힘들다. 어쨌든 퍽즈 하나가 간다고 LCS가 반등할 수 있을까? LCS는 LCS일 뿐임을 퍽즈가 아주 훌륭하게 증명할 것 같다.
+ 번외 LCS
북미 미드와 원딜의 아이콘이 모두 은퇴했다. 북미는 예전부터 항상 조롱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북미잼'으로 대표되는 그 조롱도 어느덧 옛 말이 되고 말았다. 과거 북미잼 시절에는 정돈된 한타나 운영이 아니라 아무 근거 없이 치고받고 싸우고 비비져다가 이게 왜 이기지? 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올해 북미는 밴픽부터 넥서스까지 열심히 맞다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력도 없고 돈만 벌러 간다는 이미지가 몇 년째 견고화 되어가고 있는데 만약 내가 북미 팬이었으면 정말 불명예스러웠을 것 같다. 예전부터 많은 이들이 북미의 약진을 바라고 있지만 누구나 예상하듯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음을 넘어서 이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나온다. LCS도 고인물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점차 젊은 피와 함께 특히 이번 스토브리그 동안에는 LEC에서 많은 수혈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이것들이 북미의 위상을 다시 드높일 수 있을지? 북미를 내심 응원하는 입장에서 Make America Great Again 드립을 치고 싶어도 사실 LCS는 great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드립은 못 치겠다.
+ 번외 Uzi
라는 소리가 마났? 아 많았어요 ㅋㅋㅋ
하지만 페이커 선수와 함께 월즈 우승하 수 있어서 조아써요 ㅋㅋ
이번시즌 이상하게 많이 등판한 우지에게도 나름대로 소소한 MVP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