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마리오 3D 컬렉션을 통해 [슈퍼마리오 갤럭시]를 한참 찬양한 김에 연달아서 가끔 생각만 했던 걸 한 번 써 본다.
[슈퍼마리오 갤럭시]는 그 게임성과 더불어 훌륭한 OST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스테이지에 적재적소로 어울리는 다채로운 음악은 슈퍼마리오 시리즈 최초로 오케스트라 녹음을 도입하여 이전보다 훨신 풍부한 음색을 자랑한다. 배경음악 뿐만 아니라 하프 소리 나는 스타링 등의 효과음도 배경음악과 잘 녹아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는데(a), 게임성 뿐만 아니라 OST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운드가 주는 분위기의 풍부함 때문에라도 이 타이틀을 플레이 해보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다.
1. Gusty Garden Galaxy
대표곡에 대해서는 여러가지가 꼽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도도 높고 닌텐도 측에서 좀 더 편애한다고 느껴지는 곡은 Gusty Garden Galaxy(국내명은 윈드 가든 갤럭시) 테마곡이다. 이 곡은 닌텐도 측에서도 대단한 명곡이라고 여겼는지 이후에 여러번 어레인지를 해서 많은 후속작 안에 심어두었다.
3년 뒤에 선보인 [슈퍼마리오 갤럭시 2]의 엔딩 크레딧 곡에서는 이 곡이 일부 편곡되어 삽입되기도 했었고(2:55~),
후속 기종의 메인스트림 타이틀 [슈퍼마리오 3D 월드]의 마지막 스테이지인 챔피언십 로드에도 실렸다. 빅밴드 풍으로 어레인지되어 웅장한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곡의 배치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굉장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어레인지가 아닌 원곡이 그대로 실리는 경우도 있다. 이후에 나온 [슈퍼마리오 메이커 2]가 바로 그 예. 원래 슈마메1에서 특정 지점에서 특정 효과음을 재생하는 음향 효과 기능이 있었다. 슈마메2에서는 이 기능을 좀 더 비틀어 과거 기종별로 발매되었던 마리오 시리즈의 OST를 배경음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슈퍼마리오 카트(SFC)]의 '마리오 서킷', [슈퍼마리오 64(N64)]의 (그 악랄한)'Slider', [슈퍼마리오 선샤인(NGC)]의 'Delfino Plaza', 마지막으로 [슈퍼마리오 갤럭시(Wii)]의 'Gusty Garden Galaxy'이다. 마리오 시리즈를 즐겨왔던 열렬한 팬들에게 향수를 불어일으키고자 팬 서비스 개념으로 넣어놓은 기능인듯 한데,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시리즈에 수록된 수많은 곡 중에서도 어떤 곡이 좀 더 플레이어들에게 좀 더 많이 기억되었을지를 좀 더 고민했을 것이다. 이 정도로 Gusty Garden Galaxy 테마가 가지는 위치는 과연 남다르다.
또 다른 예로 최근 발매된 3D 컬렉션의 슈마갤 파트에서도 해당 곡을 차용하고 있다. 국내 광고만 그런가 싶어 해외 것도 찾아봤는데 일본 본토에서도, 전세계 공통으로 적용되는 Announcement Trailer에서도 Gusty Garden Galaxy가 쓰였다.
이건 앞서 말하고 있는 논조에 쐐기를 박는듯한 부분인데, 35주년 기념으로 기존의 시리즈들을 정리하여 나열하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영상을 보면 거의 대부분은 후술할 오버월드 테마를 같이 수록해 놓았다. 하지만 슈마갤과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만 오버월드 테마가 아닌 다른 곡이 나오는데, 이 중 슈마갤 파트에서 나오는 곡은 Gusty Garden Galaxy 테마이다. 사실 포스트를 처음 쓸 때는 어느 곡이 이 타이틀의 대표곡이냐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개발사의 푸쉬를 받는 곡이야말로 명실상부 슈마갤의 대표곡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싶다.
실제 유저들의 선호도 또한 이쪽이 좀 더 높은 것 같기도 하다. 유튜버 Jacob Galler는 슈마갤에서 엿볼 수 있는 차가운 공허함과 아련함에서 느껴지는 슬픔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그러한 슬픔과 대비되는 이 게임의 열정과 환희를 앞선 부분에서 이야기할 때 Gusty Garden Galaxy 테마를 언급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 곡에 '게임을 위한 모차르트의 9번째 교향곡'이라는 수식어까지 덧붙인다. 그만큼 이 곡이, 더 나아가 슈마갤의 OST들이 플레이어들의 마음에 어떻게 남았는지, 또한 게임사에서 얼마나 큰 족적을 남겼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표현이라 생각한다.
2. Overworld - Good Egg Galaxy
슈퍼마리오 시리즈에는 전통적으로 오버월드 테마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오버월드(Overworld)'라는 말에는 두가지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오버월드가 가진 전통적인 의미로, 이 오버월드란 비디오 게임에서 기타 다른 여러 맵으로 진입할 수 있는 큰 월드맵의 개념이다. 초대 젤다의 전설에서 각 마을로 갈 수도 있고 랜덤 인카운터로 필드 몹을 만날 수 있는 그 광활한 맵을 생각하면 되겠다. 플랫포머 장르 등 스테이지 개념이 있는 게임들은 스테이지 셀렉트 화면이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 하지만 SMB1는 스테이지 셀렉트도 없어 오버월드라는 개념 자체를 적용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심저어는 타이틀 화면에서 나오는 bgm도 없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처음 들을 수 있는 곡은 게임을 시작하여 1스테이지에 진입했을 때 들을 수 있는 곡, 바로 우리가 숱하게 들어오던 그 곡이다. 어느덧 게임음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는 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메인 테마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마리오 노래'라고 흔히 인식되어 있으며, 몇번이고 리메이크되어 후속작에 무수히 많이 실리고 있다. 다만 마리오 시리즈에서 이 오버월드라는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을까?
오버월드라는 말이 가진 다른 의미는 말 그대로 '지상'의 의미이다. 피치 공주가 납치되고, 평화롭던 버섯 왕국에서 피치 공주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의 첫 발걸음, 첫 스테이지는 거의 대부분 풀숲이 우거진 지상이기 때문에 첫 스테이지 bgm들은 overworld 대신 grassland theme이라고 분류되기도 한다(b). 하지만 대체로 OST에 수록된 직접적인 곡명, 혹은 각 스테이지의 생김새와는 상관 없이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첫 스테이지 bgm에는 오버월드 테마라는 말이 붙는다. 마리오에서의 오버월드는 아마 후자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스테이지 셀렉트 bgm이 오버월드 테마로 취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마리오 시리즈들은 종종 그 오버월드 테마곡이 타이틀 음악과 더불어 그 시리즈의 대표곡처럼 취급되고 있다. 다만 이는 슈퍼마리오 시리즈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게임의 오디오 디자인 측면에서 오버월드의 bgm 자체는 각 게임의 메인 테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c). 어쨌거나 기원은 달라도 같은 이름을 달고 똑같이 대표곡 취급을 받는 것은 참 흥미롭다.
그렇다면 슈마갤의 오버월드 테마는 무엇일까? 슈마갤의 실질적인 첫 스테이지는 Good Egg Galaxy(국내명은 에그 플래닛 갤럭시)다. 프롤로그 격으로 버섯 왕국과 게이트웨이 갤럭시가 있기는 하지만 전자는 스타구슬의 개념을, 후자는 스핀 컨트롤에 대한 튜토리얼 격이다. 마리오와 플레이어가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피치 공주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첫 여정이 이 Good Egg Galaxy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게임에서 이 곡을 활용한 연출에 있다. 앞서 말한 긴 프롤로그를 끝내고 우주에서의 긴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첫 스테이지로 향하는데, 화면이 전환되고 마리오가 궤도를 따라 날아가고 있지만 마리오가 땅을 밟기 전에는 bgm이 나오지 않는다. 이후 땅에 두 발을 딛음과 동시에 "Welcome to the Galaxy!"라는 문구(혹자는 이 문구를 'The most powerful, and welcoming words for the 1st level of this game.'이라 표현했다)와 함께 장엄한 브라스로 bgm이 시작된다. Gusty Garden Galaxy를 포함한 타 스테이지에서 스테이지 시작시 바로 bgm이 재생되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사운드 자체와 전반적인 연출은 두꺼운 모험 이야기 책을 펼치기 전 기대감을 가지고 숨을 한차례 고른 다음 하드커버 표지를 힘차게 넘기는듯한 느낌을 준다. 난 이 강렬한 느낌이 마음에 와닿아 뿌리내리는 울림이 너무 좋아 이 곡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여기서 한 번 살펴보는 개발비화(a). 이 타이틀의 OST 작곡자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1]의 그 오버월드 곡을 작곡했던 콘도 코지와 비교적 나중에 들어왔던 요코타 마히토 두 사람인데(d), 그 중 메인 작곡가는 요코타였단다. 요코타는 마리오의 음악이 트로피컬한 음악이라고 생각하여 우주 테마와 믹스하여 작곡을 하였으나 자꾸 퇴짜를 맞는 등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3개월간 헤매는 도중 방향을 잡기 위해 미야모토 시게루에게 세 스타일의 곡(오케스트라 풍, 오케스트라+팝 사운드, 팝 사운드)을 들려 주었는데 미야모토가 픽한 곡은 첫번째 오케스트라 풍의 곡이었다. 근데 알고 보니 이 곡이 콘도가 작곡한 Good Egg Galaxy 테마였다고 한다. 여튼 이 곡이 어떤 방향으로 작곡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처럼 되어 요코타가 다른 곡들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사실 이 곡은 꽤 오래 전부터 이미 여러번 선을 보였는데
타이틀 로고마저도 프로토타입인 2006년 E3에서 선보였던 데모판에서도, (Welcome to the 'Star World'도 눈에 띈다.)
2007년 E3나 GDC에서 선보였던 트레일러에서도 Good Egg Galaxy 테마가 있었다. 이는 지금 우리가 게임에서 들을 수 있는 곡과는 다소 다른데 아마 오케스트라 녹음에 들어가기 전 콘도 코지가 작곡했던 프로토 타입일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슈퍼마리오 갤럭시]의 태초에 이 곡이 있었다는 말이다.
3. Actually...
두 스테이지의 bgm을 서로 바꾸어 놓은 영상인데 어느 쪽에서도 별다른 위화감은 들지 않는다. 사실 두 곡은 서로 닮아 있다. 비교해서 들어 보면 알 수 있지만 구성이나 전개가 꽤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간혹 Gusty Garden Galaxy 테마곡이 Good Egg Galaxy 테마곡을 보고 쓴 곡이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무엇이 더 대표스럽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더불어 [슈퍼마리오 갤럭시 2]의 마지막 월드, 그랜드마스터 갤럭시의 마지막 스타를 얻기 위한 히든 스테이지에서는 두 곡 모두 나온다. 결국엔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데 사용된 두 곡 모두 슈마갤 시리즈를 관통하는 근본곡이라는 것이다.
그냥 그렇다고.
Reference
(a) 마리오 갤럭시 사장이 묻는다 3편 (#)
(b) Super Mario Wiki : List of level themes (#)
(c) Wikipedia : Overworld (#)
(d) Super Mario Wiki : SMG OST (#)
+ 이외에 유명하지 않은 곡 중에 추천하는 곡들
Space Junk Galaxy
Battlerock Galaxy
Pipe Interior
+ 2022.08.02 :: 유튜브 링크 수정-_-;;
+ 2023.01.24 :: 유튜브 링크 또 수정-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