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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WORLDS

 

시간이 많으니 관심 있는 경기 중의 대부분을 각 잡고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음. 특히 결승은 최근 몇 년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는 평이 지배적임. 구단별 혹은 리그별로 생각나는 대로만 짧게 써 본다.

 

from Millenium.gg

DWG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한 10월이었습니다. 1년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모든 선수들과 특히 고스트 선수의 눈물겨운 스토리는 롤판에 영원히 기억될 것.

 

from LoL Esports Twitter

DRX
시즌 초 발표된 로스터를 생각하면 가장 성공한 LCK 팀. 그 쵸비, 데프트가 있어도 처참할 정도의 로스터였으나 첫 진출에 롤드컵 8강이면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싶다. 대진운에 따라서는 더 높은 자리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도란의 고점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고, 표식과 케리아는 아직까지 덜 정제된 원석이라고 본다. 로스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과 선수들이다.
다만 데프트의 눈물은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모든 선수들에게는 현재 흘리는 그 눈물이 나중을 위한 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이미 데뷔 8년 차인 이 선수에게 닥친 이런저런 문제들은 이 선수가 과연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2018년 롤드컵에서 느꼈던 우지의 모습이 어렴풋이 겹치는 듯하다. Long live the king...

 

from Dotesports.com

GEN
시즌 초 발표된 로스터를 생각하면 가장 실패한 LCK 팀. 우승도, 준우승도 찍어본 팀이 겨우 8강에 머무르자고 그 로스터를 꾸렸을까? 라스칼의 포텐셜을 잘 살린 것은 좋았으나 결국 비디디와 클리드가 그다지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플 것 같다. 전반적으로 코치진의 능력 부족이 아쉬운 한 시즌이었다. 2021 시즌에는 좀 더 솔리드한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from WIN.gg

SN
결승 결과에 상관없이 올해 롤드컵의 진정한 주인공으로는 이 팀을 꼽고 싶다. 롤드컵 내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 알고 보니 스프링 때는 11/17위를 찍었단다. 사실은 요 한 달 사이가 아니라 1년 내내 서서히 성장해온 팀이라는 것이다. 그런 모습은 (다소 덜 드라마틱한 성장이지만) 담원과도 많이 닮아있다. 그 성장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또한 이 팀의 성장의 끝은 어디일까?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은 대회의 모든 팀이 기존의 메타를 따라가려고 하는 느낌인데 수닝은 '내가 하면 메타다'의 느낌을 준 유일한 팀이었다. 여러모로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PSG
그런 의미에서 이 팀도 같이 주인공으로 꼽고 싶다. 이 팀이 만들어낸 여정은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from Yicun Liu, Riot Games

G2
한 때나마 LCK 팬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던 점은 높이 삽니다. 다만 향후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이 팀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임.

 

from LoL Esports Twitter

FNC
정말 한 끗 차이라 더욱 아쉽다. 세상을 놀라게 할 뻔했지만 그 세상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하면서 세상은 별 일 없이 평화로웠다고 한다... 다만 데프트와는 다르게 레클레스에게는 아직도 한 발 남은 느낌. 내년에 또 봅시다.

 

from LoL Esports Twitter

TES
다소 싱겁구만. 재키러브는 다데상을 받았고, 이 팀이 다데팀인 줄 알았으나 세계를 놀라게 한 TSM이 올해의 다데팀을 먹었다고 한다. FW 스토리라인이 아니었으면 4강은 정말 재미없을 뻔했다.

UOL
LCL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정립해 준 팀. 내년 승부의 신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LCS
이제 두 자리로 줄여도 되지 않으련지? 다만 4시드들의 활약을 고려해 본다면 다른데 한 장 더 줘도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 같긴 하다.

LJL
차라리 따봉좌라도 나왔으면 즐거웠을 것인데. 에비 그립습니다ㅜㅜ

 

경기 내적인 것

- 거시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큰 업셋이 없는, 굉장히 무미건조한 대회였던 느낌이라 노잼이라는 평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한 대회를 치르면서도 폼이 살아나 최고점을 찍기도 하고(SN), 쌩쌩했던 폼이 언제 그랬냐는 듯 죽기도 하고(TES, especially Jackylove...ㅜㅜ), 모두가 이 팀은 틀렸어 했지만 아무도 예상 못한 저력을 보여주는 등(PSG) 기존의 예상을 깨는, 흥미로운 그림이 조금은 보였던 것 같다. TES의 추락으로 4강이 노잼이 된 건 아쉽지만 어쨌든 이런 업셋이라도 없었으면 정말 재미없었을 뻔했다. 더불어 웬만하면 여태 모든 결승전은 1세트만 하면 어디가 이길지 견적이 나왔는데 이번 결승은 이거 정말 모르겠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이다. 이례적이어서, 그리고 순수하게 재밌어서 좋았다.

- 반지원정대가 각자의 포텐셜이 없어서 8강 광탈을 한 것일까? 중체원 소리를 들을 뻔했다가 다데상을 받고 그간의 행적들로 인해 이제는 LPL의 질을 저하시킨 주 범인으로 지목되는 잼키러브는 정말 잘못된 복권이었던 것일까? 이 시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중요성인 것 같다. 이는 비단 롤드컵 진출 팀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시즌 전반적으로 대두되는 문제인 듯. (1) 세계 리그 동향 및 각 패치의 분석을 통한 메타의 정립과, (2) 프리 게임 단계-픽밴 및 (3) 인게임 단계-플레이를 얼마나 영리하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인데 (3)의 대부분, (2)에서 챔프폭을 늘려 픽밴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것은 선수의 영역이지만 (1)의 대부분 그리고 (2)의 일부(좋은 픽을 선수에게 연습시켜 픽밴 카드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는 코치진의 영역이라 생각함. 2017 삼성이 우승할 시기에는 솔직히 잘 안 봐서 모르겠고, 그전까지는 피지컬에 기인한 체급 차로 찍어 누르는 게 가능했던 느낌이지만 18-19 시즌에는 그게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전체 판을 짜고, 게임 내에서의 전략을 세우고, 선수의 자잘한 실수와 멘탈을 고쳐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느낌. 앞으로는 이런 쪽에 많은 투자를 하는 팀이 많은 빛을 볼 것 같다. 어떤 요인이 결정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2년 전에는 은퇴를 고려했던 고스트 선수가 이렇게 만개를 한 이유는 그런 시스템적인 부분이 많이 관여를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대인 코치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작년까지만 해도 배그하다가 올해 LOL 코치로 들어온 사람인데 암만 실력이 마스터라지만 이 사람의 분석력과 코칭이 꽤 중요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 아웃라이어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서머 정규시즌 순위만 봤을 때는 LCS 제외한 나머지 리그에서는 소위 N강(강-중-약의 강)으로 분류될만한 팀의 비율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임. 그나마 세부적으로는 LPL이 상위팀 간의 승패 격차가 적은 편이고, LEC가 강-중 간의 격차가 조금 있는 편임. 내 생각은 최근 몇 년 간의 성적을 고려했을 때 LCS를 제외한 각 리그의 고점은 정말 한 끗 차이인 것 같고, 중하위를 뭉뚱그린 저점의 차이가 있을 것인데 이건 다른 리그들을 잘 챙겨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다만 최근 들어 LCK의 저점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느낌이긴 하다. 리그 저점의 차이가 리그 간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도 궁금하다. 어쨌든 그런 아웃라이어도 1년 동안 각 리그에서 다른 팀과 겨뤄가며 실력을 쌓은 것이니 각 리그의 고점은 각 리그의 수준과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너무 결과론적인가?

- 블루-레드진영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흥미로웠음. 결론은 G식백과 김성회 형님이 김펠레의 이름을 유지하는 것으로 합시다.(#)

 

경기 외적인 것

- 코로나로 인해 10주년이 심심하게 지나간 점은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열리니 다행이다 싶다. 앞으로는 코로나가 제발 좀 잠잠해졌으면 좋겠다.

- 이번 롤드컵 비쥬얼 테마는 이전 시리즈들을 고려했을 때 평면적이라 참 이질적이지만 그만큼 매우 독특하다 생각됨. 결승 무대나 오프닝 세리머니는 좀 심심한 편이던데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중국어 나오면 사람들이 싫어하던데 뭐 텐센트고 개최지고 생각하면 타당한 정도가 아닐지... 다만 세라핀이라는 챔프 자체는 다소 논란거리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본다. 주목받게 하기 위해 KDA라는 성공적인 브랜드를 빌린 것도, 무대의 배경이나 장소를 생각하면 K-POP임에도 중국어가 나오거나 중국어로만 된 무대가 나오거나 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2018년에 RISE에서 뜬금없이 바비가 등장해서 한국어로 랩을 했으니 그거랑 동일선상 같음. 다만 이 세라핀이라는 챔피언의 정체성이 매우 이질적이고 인위적이라 문제인 것 같다. 챔피언의 배경도 그러하거니와 소나2 소리 듣는 게임 플레이 디자인은 라이엇이 좀 급했던 부분이 아닐지. OP로 만들어서 오래 쓰이도록 하거나(최근의 챔프 출시 경향을 보면 이럴 가능성이 높다) 잘못 건드려서 방치해 놓았다가 리워크를 하거나 하겠지. 그것 말고는 개인적으로는 오케이다 싶다. 다만 한국과 중국을 챙기는 것처럼 미국 제외한 다른 나라를 이렇게 챙길까? 내년 롤드컵도 중국이고 내후년도 북미던데...

- 준결승까지의 무관중 무대를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잘 꾸며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큰 무대만 봐 오다가 사방이 꽉 막힌 스튜디오에서 대부분의 경기를 치르게 되었지만 스튜디오라서 가능한 CG 등의 연출로 답답함을 최대한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음. 처음에는 막혀 있는 줄도 잘 모르겠던데 3주쯤 지나니깐 비로소 보이더라.

- 옵저빙이 참 아쉬움. 최근 들어 이렇게 의문사가 많았던 대회가 있었나?

- 올해도 목표였던 승부의 신 상위 1/3 랭크 안에 들기는 실패했다. 81점으로 5랭크임ㅜㅜ 그룹 스테이지까지는 역배 노려서 망했고 8강부터는 정배 노려서 망했다. 내년을 기약합니다... 다만 놀랍게도 결승 전 LCK에서 진행한 승부의 신 이벤트는 모두 맞췄다. 1세트 퍼블(수닝)-2세트 첫용(대지)-3세트 포블(담원)-최종 스코어(3:1 DWGWIN)를 모두 맞춰버렸단 말이지. 좋은 상품 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추첨에 들어서 뭐라도 받으면 기분이 좋겠소.

 

여튼 올해는 이래저래 재밌게 보았습니다. 2021년에는 더욱 풍성한 시즌이 되길. 올해와는 다르게 랭크게임은 안 돌릴 것 같다ㅋㅋ

So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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