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The Glorious Purpose : "Will it be a classic?"
보통 10년 이상 롱런하는 이스포츠 종목은 잘 없다. 있다 하더라도 매년 성장하는 종목은 더더욱 없다.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려졌던 도타2 The International도 최근 COVID-19 판데믹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규모가 축소되었다. 국내 한정으로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가 약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리그가 지속되긴 했으나 종목 자체의 하락세, 불황으로 인한 스폰서 확보의 어려움, 무엇보다 방송사 사정에 휘둘리는 취약한 구조까지 리그의 자생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가득한 탓에 결국 저물고 말았다. 하지만 월즈는 2011년 이후로 13년째 매년 성장해 오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 자체와 더불어 대회 또한 매년 새로운 포맷과 실험적인 연출로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 LOL ESPORTS의 노력이 닿은 까닭일까? 월즈는 매년 새로운 서사가 쌓이고 그것들이 모여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다. 또한 뷰어쉽 등 실질적인 성과도 매년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이쯤 되면 그런 생각도 든다. 과연 리그 오브 레전드는 장수 이스포츠의 반열을 넘어 세대를 막론하고 유구히 이어지는 클래식이 될 수 있을 것일까? 그 가운데 여러 별이 뜨고 지는 것을 목도하는 우리의 가슴도 함께 뜨거워질 수 있을 것인가? 그 영광스러운 목적을 라이엇 게임즈가 달성해 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참 기분 좋은 일일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아 온 현세대 이스포츠 팬들은 참 자랑스럽고 뿌듯할 것 같다.
2020-2022 시즌 월즈 후기는 특정 구단별로 묶어서 감상을 남겼는데 이번엔 큰 맥락으로 묶어서 정리해 보고 싶다.
1. T1 and Faker : "It's the day my kingdom comes"
올해 LCK 후기를 남기면서 이 팀에 많은 의문이 들었다. 페이커의 부상, 눈앞에서 번번이 놓치는 우승, 찾지 못하는 정답과 맞추어지지 않는 단 하나의 퍼즐 조각은 과연 이 팀을 어느 자리에까지 이끌게 될까? 그런 기조가 이어져 스위스 스테이지까지도 T1은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실제로 스위스 스테이지 첫 경기에선 LCK도 LPL도 아닌 TL에게 벼랑 끝까지 몰렸으며 이후 숙적 젠지에게 2:0으로 정리당했다. 올해의 T1도 여전히 어렵겠거니 하며 쉽게 단념하게 했지만 이후의 T1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완전한 팀이 되었다. 유기적이고 단단한 플레이, 라운드마다 급변하는 메타 속에서도 그 메타를 주도하는 모습, 기세를 타는 와중에도 1년 전의 과오를 항상 마음에 새기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침착함까지. 그 결과 T1은 4강 4 LPL의 위기 속에서 LCK의 마지막 희망으로 우뚝 섰고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우승후보 JDG를 꺾고 결승에 진출해 마침내 그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그들이 그토록 바라왔던 것을 쟁취해 냈다. 사실 T1은 최근 2년 동안 우승에 닿아 있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2년 동안 우승 가까이에 가장 꾸준히 머물러 있었다. 그 꾸준함이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것이다.
페이커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과거도 지금도 가장 위대한 선수에는 페이커가 손꼽힌다. 하짐나 2017년 월즈 결승에서 미끄러진 이후의 그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많았다. 6년 동안 리그를 4번이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노쇠한 플레이 탓에 예전의 절대감이 없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가끔은 월즈 진출을 못하기도 하고, 월즈 진출을 하더라도 4강 문턱에서 번번이 넘어졌다. 그러는 와중 페이커는 점차 나이가 들고, 어린 신예들이 세대교체를 하고자 하는 탓에 페이커의 시대는 이렇게 자연스레 저물어가는 듯 싶었다. 하지만 페이커는 꾸준히 산을 오르고 또 오르며 또다시 깨달음을 얻고 성장했다. 이미 정상이 된 그가 아직도 더 성장한다는 것은 참 역설적이다. 페이커는 유독 이번 월즈에서 배움과 성장에 대한 코멘트를 많이 한다. 더불어 승리를 통한 업적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과 많은 사람 앞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는 세상을 놀라게 한 미친 고딩 고전파의 모습에서 성장해 롤 그 자체가 된 듯하다. 하지만 나는 새삼 궁금하다. 지금으로 10년이 지난 후의 페이커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건대 본인이 그토록 올라왔던 산 그 자체가 되어 있을 것 같다. 아무쪼록 우리는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 묵묵히 서서 항로를 밝히는 단 하나의 불빛, 등대와 같은 페이커라는 선수가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또한 작년 준우승의 고배를 마신 T1의 모든 선수가 언젠가는 월즈를 들어 올릴만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단 하나, 꼭 월즈를 들어야만 하는 선수가 누구냐 묻는다면 나는 2020년 DRX 이후 늘 케리아 선수라고 답하고 싶었다. 언더독의 반란은 늘 즐겁기에 작년 결승에서 DRX의 우승을 바라긴 했지만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쳐야만 했던 케리아의 눈물은 참 가슴아팠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후 케리아만큼은 데프트처럼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꼭 월즈를 들어 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뼈아픈 기억이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그리고 이런 간절함이 우승에 대한 의미를 더욱 부여해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끝끝내 케리아가 그리고 이 다섯 선수들이 월즈를 들어 올렸다는 사실이 참 기쁘고 감사하다.
2. LCK versus LPL
대한민국은 이스포츠 종주국이었다. 스타크래프트는 적수가 아예 없었고, 월즈도 시즌 3부터는 LCK에서 5시즌을 내리 먹었다. 하지만 그동안 LCK에게 있어 가장 큰 적수는 LPL이었다. LPL은 늘 많은 돈을 들여 LCK 출신 혹은 한국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파이와 체급을 키웠고 2018년 그토록 바라왔던 월즈 타이틀을 LCK에게서 빼앗는 데 성공했다. 나는 중국이란 나라에 그렇게 호감을 가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좋은 것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배워야 할 점이라 본다. 아직도 '5 Chinese can't win', 'Chinese midlaners can't win'이라는 징크스는 중국 롤 팬들의 가슴의 큰 상처이지만 이 징크스가 죽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LPL은 점점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LPL에서도 월즈를 들어 올리는 미드라이너, 혹은 중국인 순혈 팀이 나올 것이다. 그게 백년 노장 샤오후일지, 늘 기대받는 나이트일지, 혹은 다른 선수가 될지, 그리고 순혈주의를 항상 고수하는 RNG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특히나 올해 들어 좀 놀랐던 점은 중국 내에서의 분위기이다. 모든 중국 팬들이 같은 반응은 아니겠지만 10년간 중국의 앞을 막아 왔던 페이커를 그리고 수많은 시간 동안 경쟁 상대에 있어 왔던 LCK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LPL 해설의 결승 후 클로징 멘트(#)는 이 판의 많은 팬들과 관계자들이 다른 리그와 선수들을 얼마나 마음 깊이 인정하는가가 느껴진다. 정확한 출처를 찾을 수 없지만 LCK를 꺾고 LPL이 우승을 차지했을 때 우리는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을까 하고 반성했다던 전캐의 말(#)이 와닿는다. 2018, 2019, 2021년 LPL이 우승할 때마다 마치 우리가 맡아 놓은 우승을 빼앗긴 양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우리가 좀 더 노력해서 나아져야지' 하며 자국 리그를 성토하던 중계진과 팬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LPL 없이 LCK만 남는다면 우리끼리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도 없고 재미도 없을 것이다. 가급적 LCK가 승리하면 더욱 기분 좋겠지만 늘 받아들이고 발전하려고 하는 LPL도 인정하고 존중하고 함께 성장을 도모해 나가는 것이 이 판이 오래도록 지속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3. New format : SWISS STAGE
이스포츠에선 생소하지만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위스 스테이지를 도입했다. 모든 매치가 진출 혹은 탈락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버리는 경기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흥행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는 이야기가 대회 시작 전부터 많았고 실제로 뷰어십의 향상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 방식의 장점은 결국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어설픈 팀이 대진운으로 쉽게 올라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스위스 스테이지에 단 하나 아쉬운 점은 100% 추첨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전에 기대하는 것은 리그마다 서로 치고받고 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 리그가 더욱 롤을 잘하는가, 마이너 지역에서 사용하는 묘수는 메이저 지역에게 얼마나 허를 찌를 수 있을 것인가 구경하는 재미다. LCS나 LEC도 LCK나 LPL 상대로 충분히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보지만 이번 스위스 스테이지는 동양은 동양끼리, 서양은 서양끼리 대결하는 구도가 많이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더불어 복주머니 추첨 방식 자체도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덕분에 재밌는 매치업이 많이 나왔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서사들도 많이 나와서 좋았다. 녹아웃 스테이지의 탕후루 브래킷, LPL전만 네 차례를 겪었던 KT, 이 추첨 방식이 결코 주작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스위스 스테이지 마지막 KT대 DK전,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나왔던 세 차례의 업셋, T1 vs. LPL 서사의 모든 과정,... 이 모든 것을 넘어 밈 그 자체가 되어버린 심성보 심판까지. 당신이 있어서 즐거웠어요. 다음 추첨 때도 또 보아요.
4. Theme of WORLDS 2023
매년 독특한 아트 스타일로 매번 다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월즈. 불꽃이 흩날리는 티저 이미지만으론 어떠한 테마일지 쉽게 예측이 불가능했으나(얼음이 있는 헤더 이미지가 있었지만 허위로 판명 났다) 노력(The Grind)을 붉은색의 불꽃으로, 그리고 영광(The Glory)을 찬란히 빛나는 푸른색으로 극명한 대비를 준 아트 스타일이 감명 깊다. 프레임 딱딱 나누는 구성은 자칫 촌스러울 수 있지만 강한 스트로크의, 소위 굴빵한 타이포와 어두운 파란색의 페이드인을 이용한 감각적인 트랜지션(★★★)으로 오히려 세련됨을 구축했다. 특히 챔피언 3D 모델은 미니멀리즘이 대세인 요즘 시대에 역행하는 선택이 아닐까 싶었지만 사실적인 묘사와 3D 모델을 이용한 연출(저 포효하는 레넥톤 짱)은 이제는 3D도 잘 다루게 된 라이엇의 자신감의 표출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맨날 누끼 따던 프로필 사진에서 롤파크 대형 전광판을 배경으로 이용한 독특한 프로필 사진이나 각종 티저 영상에서 T1을 중심으로 화면전환을 극적으로 활용한 연출도 다 좋았음. 올해도 많은 감명을 받습니다.
4-1. Musics
세트 클로징 bgm이었던 Depression의 Backstage. 라운드를 거칠 때마다 결국 강한 팀이 올라가게 되는 혹독한 스위스 스테이지 가운데에서도 결코 다음을 예측할 수 없었던 대회 분위기와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가사가 있는 곡이어서 놀랐고 국내곡이라서 더 놀랐다. 이 가사 또한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의 심정을 잘 반영하는 것 같아 더욱 좋다.
가사 없는 버전도 있다. 이건 어떻게 구했대 싶었는데 Official instrumental이라도 붙여진 것이 떡하니 돌아다닌다.
4강-결승 첫 세트 밴픽 때 나온 곡. 빅게임의 시작에서 양 팀의 긴장되는 마음을 잘 대변한 곡 같다. 유튜브에 이 곡 올려놓은 사람은 많은데 하나같이 제목을 모르네. 근데 이 곡을 제외한 올해 처음 선정되었던 다른 밴픽 bgm은 다 별로였던 것 같다. 2020 월즈 밴픽곡들이 하나같이 다 좋았는데.
덤으로 대기시간 화면의 Hidden Citizen - Bad Side(#)도. 이번시즌 월즈 bgm들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그래도 좋은 곡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5. 트리비아
5-1.
올해 들어 이스포츠의 위상이 더더욱 많이 올라왔다고 느낀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우선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포함이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해당 대회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내어 국민들의 관심도가 올라가서 그런 것일지, 단순히 국내에서 치러지는 월즈라 그런 것일지, 아니면 이 판의 아이콘인 T1과 페이커가 4회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을 해서 그런 것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결승 결과를 두고 많은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이름을 딴 정부의 공식 축전까지. 국내 이스포츠, 더 나아가 게임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더 나아진 것이 아닐까 하는 좋은 느낌을 받는다.
5-1-1.
월즈와 엮인 많은 좋은 요소들. 2022년 '응 자살하면 그만이야~', '누칼협'같은 밈이 주류였던 암울한 2022년 말에 월즈를 통해 '중꺾마'라는 밈은 그래도 버티고 나아가면 빛을 본다는 희망을 주었다. 롤 자체가 절대적인 것은 없고 특히나 이번 월즈에서는 큰 업셋이 여러 차례 일어났으니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자는 것을 넘어 우승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덕을 쌓아 내가 응원하는 팀과 리그에 도움이 되고자 행하는 이른바 선행 메타라는 좋은 영향력을 낳았다. 특징이라면 전자는 선수가 가진 서사와 선수 개인 혹은 선수단의 노력 끝에 달성해 낸 밈이라면, 후자는 선수를 위한 마음으로 팬들이 만들어 낸 밈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게임 대회일 수 있지만 이런 일련의 이벤트로 형성된 거대한 문화는 많은 것들을 낳는다. 더불어 여전히 힘들고 암울한 시기이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여전히 선함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5-2.
개인적으로 캐스터는 전캐보다 성캐를 더욱 좋아한다. 전캐는 이제 조금씩 나이를 드셔서인지 말도 더듬고 어휘도 점차 줄며 상황을 잘 전달하지 못하신다. 특히 이번 결승전을 보며 들었던 몇 안 되는 안타까움 중의 하나는 지금의 'HYPE JUN'을 전 세계에 알린, 전캐의 트레이드마크 '시작~ 하겠습니다'에서 그 특유의 끄는 발성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성캐는 매번 재치 있는 해설을 한다. 많은 종목을 함께 거느리며 단련된 상황 전달은 늘 기발하다. 가끔은 게임 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도 능글스럽게 잘 풀어 설명한다. 한마디로 성캐는 맛있는 해설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더욱 멋있는 해설을 하는 것은 전캐 쪽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 롤 이스포츠 판에 대한 전캐의 애정은 정말 리스펙 할 만하다. 나는 여전히 성캐가 더욱 좋지만, 전캐 또한 오래도록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5-3.
아직은 MSI 타이틀도, 월즈 타이틀도 없지만 올해 쵸비는 국내 한정으로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여전히 세체미로 꼽히는 페이커를 한해 내내 압도했다. 하지만 올해 월즈 결과를 두고 국제전의 쵸비라는 오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3일 동안 4경기하고 13일 쉬고 하루 만에 5경기하고 집에가기/럼자오자레/여전히 기대받는 젠지 등 불명예스러운 밈을 많이 남긴 젠지 이스포츠에 대해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올해 월즈의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가 목격했듯 이스포츠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 더욱 성장한 쵸비는 언젠가 스스로를 증명하며 본인에게 걸려 있는 오명이란 족쇄를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꼭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5-4.
로스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첫 번째는 좋은 시스템 하에 유스를 잘 육성하면 지금처럼 얼마든지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력 있는 베테랑 조합으로 월즈를 들어 올린 2022 DRX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신인 육성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법하다. 두 번째는 가능성이 보이는 조합이라면 몇 년은 같이 가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번시즌의 제오페구케가 그것을 증명했다. 이 조합이 끝끝내 유의미한 성과를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광동은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 휴가도 반납하며 T1의 스크림 상대가 되어 준 것은 본인들에게는 힘들 수 있겠지만 오히려 롤력을 흡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두영불태안 로스터가 내년에도 그대로 뛰는 것은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올해 스토브리그가 참 기대된다. 박도현 선생님이 그대로 HLE에 남았다. 해외 유학파들이 대거 리턴한다느니, KT도 로스터를 유지한다느니 하는 것들이 지금은 썰로만 들려오고 있는데 과연 어떨까? 각 구단들은 어떤 플랜을 짜고 어떤 조합을 갖추게 될까? 올해 스토브리그가 지나고 난 후 글 쓸 거리가 많으면 좋겠다.
그러니 표식아 내년엔 다시 꼭 LCK로 돌아와... 이번 월즈의 그 T1을 가장 몰아붙인 것도 TL이 아닌 바로 이 표식이다.
5-5.
진짜 마지막으로... 우승권 지역 혹은 팀 이외에 마이너 한 팀을 두어 개씩 꼭 꼽고는 하는데 올해는 BDS를 꼽고 싶다. 월즈 직전 WQS를 뚫으며 월즈 기차에 마지막으로 탑승하고 가다세올 밈을 만들며 혼자만의 독특한 플레이를 펼쳤던 GIGACHAD 아담담님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에비 빠진 DFM이 최악의 퍼포먼스로 불명예 퇴장한 것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본체는 에비였던 것인가...
여튼 올해도 롤 재밌었다. 관심이 점점 떨어지는가 했지만 보는 롤은 이렇게나 재미있구나. 앞으로의 이 씬이 더욱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