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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본지는 일주일 정도 된 영화인데 말을 자꾸 썼다가 지웠다가 하느라 작성이 자꾸 늦어진다. 좋은 영화에 좋은 후기를 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네. 이런 좋은 영화가 있었다는 것은 애초에 알았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서 못 보고 있었다.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로 풀린 지도 꽤 되었건만 나는 왜 계속 이 영화 보는 것을 미루고 있었을까. 삶이 바빠서였다고 변명을 하고 싶다. 그러던 중 3월 1일에 두 번째 확장판이 개봉되어 휴일이고 하니 와이프랑 함께 보러 갔음.
 
 

 
1. 주제
이 영화는 보여줄 거리와 말할 거리가 많다. 그걸 말하기 위한 서사와 연출도 충분하고, 결국엔 그 모든 것을 잘 전달한 영화다. 가뜩이나 긴 러닝타임에 화면이나 사건 전환이 숨 가쁘게 이루어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다음 장면을 따라가기 힘들다. 그래서 영화가 어땠는지, 무얼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본 후 꽤 오랜 시간을 곱씹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가장 힘을 주어 말하고 싶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많은 이야깃거리 중에서도 이해를 통해 완성되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싶다. 에블린은 딸과 늘 갈등과 대립 관계에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딸을 포함한 자신의 가족, 자신이 처한 상황, 더 나아가 인생 자체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다른 세계의 남편 알파 웨이먼드에게 우주의 전말을 알게 되고 고생 끝에 모든 세계의 나와 의식을 공유하며 그토록 막고자 했던 딸과 같은 경지에 이른다. 하지만 딸을 삼켰던 허무주의는 에블린에게도 찾아온다. 다른 세계의 나에 비하면 현재의 나는 모든 가능성이 부정된 형편없는 존재일 뿐이다. 조부 투바키는 에블린에게 자신과 함께 심연을 통과하여 모든 곳에 존재하며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자며 회유한다. 그런 에블린을 구해준 것은 그녀 평생의 가장 잘못된 선택, 못 미더움의 집약체인 남편 웨이먼드이다. 그는 사실 나약한 자가 아니라 그 나름의 유연한 방식으로 이 세상을 단단하게 버텨 온 강한 자였음을 깨달았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제목처럼 '모든(everything)' 에블린은 자신이 존재하는 '모든 곳(everywhere)'에서, 갈등을 빚었던 존재들을 이해하고 제각기 화해한다. 그런 이해들이 '한꺼번에(all at once)' 현재의 에블린에게로 귀결되고, 에블린은 그로부터 오는 사랑을 심연의 끝에서 자신의 딸에게 전달하려 한다. 과거처럼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딸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모두 이해하고 품고자 결심한 딸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이루지 못했던 찬란한 가능성보다도 더욱 소중한 딸을 지킴으로써 현재의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역지사지라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되어 보아야 한다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물론 상대방이 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우리는 경험과 사상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100%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편협한 개개인의 시야에서 비롯된 수많은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나를 내려놓고 눈을 열어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해 보려고 하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우리가 사랑으로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삶에 대한 사랑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 순간의 판단으로, 혹은 당시의 상황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선택들로 인해 결국 내가 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삶. 그것은 현재의 우리 눈에는 너무나도 찬란해 보일 수 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도 있듯 언제나 만족을 모르는 인간이란 동물은 항상 내가 이루지 못한 것, 가지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늘 아쉬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삶은 스스로에게 사랑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이루지 못한 삶이라도 괜찮다. 삶은 원래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 가운데 우리가 누리는 크고 작은 행복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결국 '현재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영화 <소울>(#)을 떠올리게 했음.
 
결론은 후술 할 멀티버스에 대한 신박한 해석과 적용은 그저 수단으로만 사용될 뿐, 중요한 건 가족으로 대변되는 타인과 삶에 대한 사랑이다. 삭막한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메시지를 꾹꾹 눌러 담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1-1. 은유

이 영화의 많은 볼거리 가운데는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많은 은유가 있다. 하지만 왜 꼭 그 많은 요소 중에서도 베이글과 장난감 눈알일까? 이런 의문을 갖고 있던 차에 해외 웹을 통해 이런 해석을 발견했다. 베이글과 장난감 눈알은 서로 닮은 모양이다. 하지만 색깔도 의미도 정반대이다. 이런 음양의 대비를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은유했을까? 이 영화의 만듦새를 보면 단연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2. 멀티버스
과거에는 한 시간선 안에서 시간을 넘나들며 과거로부터 미래를 바꾸는 시간여행물이 산재해 왔다. 최근에는 시간과 공간적인 개념이 더욱 확장되어 멀티버스라는 소재가 자주 부각되고 활용되고 있다. 이 영화는 멀티버스에 대한 접근방식이 독특하다. 보통은 <매트릭스> 시리즈나 <디지몬> 시리즈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세계이거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작품처럼 여러 개의 평행우주가 존재하며 모종의 이유로 서로 간의 간섭이 일어나는 방식이다. 비운의 용두사미 작품 <덴마>처럼 같은 공간을 우주라는 개념 아래 각각 독립된 방처럼 나눈 특이한 방식도 있다. 국내에선 <평행이론 : 도플갱어 살인>이라는 아주 구린 제목으로 개봉한 2013년 영화는 아무 차이가 없는 똑같은 평행우주가 수없이 많이 복제되고 서로 간섭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말이 길어졌는데 결국 멀티버스는 요즘 자꾸 부각되는 요소이지만 사실은 과거 몇십 년 동안 여러 가지 모습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잘 활용되고 있었다는 말이다.

 

멀티버스에 대한 이 영화의 해석과 활용은 참으로 독특하다. 평행세계는 존재하지만 우주 간의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 없이 의식만을 잠시 공유하여 경험과 능력을 획득한다. 그간 타인의 능력을 가져오는 묘사는 많았지만 그 대상이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나라는 것은 신선하다. 그리고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도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 마치 다른 세계의 존재가 직접 넘어오는 느낌을 주지만 결국 그 육신은 원래 그 우주에 있던 존재이다. 이러한 종류의 간섭은 직접적인 것인가 간접적인 것인가 한참을 고민했는데 결국 알파 웨이먼드, 조부 투바키의 의식은 현재의 우주의 몸을 잠깐 빌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니 굳이 따지자면 직접적인 간섭이 아닐까 한다.
 
특히 에에올은 평행우주를 가르는 선택이란 요소에 집중한다. 물론 소시지 손 우주나 돌멩이 우주는 에블린의 선택이 분기로 작용하지 않았지만 그 분기마저 누군가의 선택으로 인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극 중 가장 중요한 분기는 남편 에드먼드의 제안을 수락하느냐 마느냐에서 큰 가지가 갈라진다. 선택에 의한 What if가 주목되는 점은 똑같이 선택의 요소가 부각되는 <어바웃 타임>이나 <나비효과> 등의 시간여행물에서 느낄 수 있었던 향기가 살짝 느껴진다. 에블린은 그 선택에서 갈라진 다른 우주의 자신이 이룬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인물의 아쉬움에서 오는 문제를 살짝 비틀어 버린다. 비록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된 선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다른 세계의 자신을 덮어씌워 동경했던 삶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짐을 깨닫고 결국 단념하게 되는데 이런 것은 보통 그런 고민을 하는 인물들이 선한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비슷한 전개이다.
 
 

 
3. +확장판
명작들은 여러 번 재개봉되는 요즘이지만 이 영화는 10월 국내에서 처음 개봉한 지 6개월도 안되어 두 번이나 다시 개봉했다. 첫 개봉이 늦어서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례적이다. 나는 이런 걸 보면 항상 궁금하다. 감독판, 확장판은 도대체 기존 작품과 뭐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그런 이유에서 최근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확장판인 펀 버전에 대해 누군가가 새로 추가된 장면을 누군가가 아주 잘 정리해 주어서 정말 편하게 잘 보았다. 하지만 에에올은 두 번이나 확장이 되었음에도 그런 추가 요소에 대해 대한 속 시원한 정리가 아직은 없어 조금 답답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음. 그래서 내가 기사나 각종 후기들을 보고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았다. 원체 피드백 없는 블로그이지만 이 글의 내용이 잘못되었다면 부디 댓글로 정정을 부탁드립니다🙇‍♂️
 
(1)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221012 개봉, 139분 28초, 최초의 개봉판
(2)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 : 221123 개봉, 150분 9초, 감독 코멘트와 메이킹 영상 포함(#)(#)(#)
(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230301 개봉, 150분 21초, 메이킹 영상(WITH MAKING UNIVERSE)에 대한 언급(#)
 
러닝타임은 KOBIS(#) 기준. 정보를 종합하면 메이저한 추가영상 삽입은 첫 확장판에서 모두 이루어졌다. 본편의 차이는 일절 없고, 본편 시작 전 감독의 코멘트와 본편 후 메이킹 영상이 삽입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확장판은 단 12초만 차이가 난다. 에에올+ 재개봉을 다룬 기사에는 메이킹 영상에 대한 언급이 일부 있으나 WITH MAKING UNIVERSE란 표현은 첫 확장판 때에도 쓰였던 것을 보면 메이킹 영상의 유의미한 차이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12초의 시간에 큰 차이를 담아 놓았을까? 메이킹 영상에 한두 컷 정도 더 추가되었거나 스탭롤에 이것저것 더 쓰여 있지 않을까? 결국엔 에에올+는 첫 확장판을 거의 그대로 담아 놓은 정도가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에 영화관을 나왔기 때문에 그 이후에 뭐가 숨겨져 있을지 마지막까지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새삼 궁금하네
 
 
4. 트리비아
+ 쌈마이 감성을 아주 잘 활용하는 감독들. 이번작도 저예산으로 아날로그 연출 위주로 했지만 싼티가 안 났다. 기사들과 리뷰는 하나같이 B급 감성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영화 보는 내내 그 B급 감성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촌스러워 보이는 요소들도 일부러 그렇게 연출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무런 모션도 소리도 없이 광야에 돌 두 개 얹어 두고 자막으로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면은 저예산임에도 명백한 예술이다. 이런 잘 만든 B급은 못 만든 A급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의 연출은 빵빵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으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으나 이 영화처럼 창의력을 발휘해 효과적으로 연출하는 편이 더욱 마음에 든다. 이러니 재개봉판에 당당히 메이킹 영상을 담을 생각을 했지. 문득 감독들의 전작들을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러닝타임을 두 번이나 늘린 확장판이라 러닝타임이 상당하다. 가장 직전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아바타 : 물의 길>인데 이 영화가 자랑하는 세 시간을 육박하는 러닝타임은 너무 부담스러웠다. 나는 자고 싶지 않았고 눈은 즐겁고 서사나 전개도 재미있었으나 너무 졸려서 꾸벅꾸벅 졸면서 봤다. 사실 여태껏 영화관에서는 딱 두 번 졸았다. 2012년 <레미제라블>은 심야로 보다가 졸았다지만 아바타는 대체 왜... 그래서 이 영화 보면서도 또 졸까 봐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졸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보았다. 하지만 우리 와이프는 아바타에 이어 또 졸았다고 한다. 아이고😂
 
+ 과거의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와 패러디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그중 대부분은 알아보았으나(화양연화 패러디 장면이 가장 좋았음) 몇 개 알아보지 못한 요소 중에서도 아주 유명한 작품이 있었다는 점은 나를 씁쓸하게 만든다. 가령 유인원 씬이 패러디를 당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나중에 꼭 봐야지 하면서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미뤄두고 있는 영화였다. 내가 본 영화 수가 꽤 된다 싶으면서도 이런 부분을 돌이켜 보면 꼭 봐야 하는 영화들을 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마침 올해부터는 기회가 된다면 작년과는 달리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좀 더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으나 '어떤' 영화를 의욕적으로 찾아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하게 된다. 글을 쓰면서 자꾸만 3트마저 실패한 <대부>가 계속 생각이 난다. 봐야 하는데... 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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