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일본으로의 먹부림 여행! 하지만 이번 여행은 의도치 않게 먹부림이 아닌 관광이 주가 되었다. 보러 다니는 수고가 고되면 먹는 것은 좀 편하게 먹었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일본 관광으로의 문이 작년 말부터 개방되었던지라 아직은 일본 여행의 갈증이 모두 해소되지 않은 시기여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갔던 2023년 1월의 북큐슈는... 정말... 정말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어딜 가든 웨이팅은 감내해야 했다. 체감상 관광지나 유명한 맛집에는 한국인 50%-중국인 30%-일본인 15%-기타 5%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우리는 무엇을 먹었을까? 후쿠오카, 나가사키와 벳푸 일대의 북큐슈를 다니며 보고 들은 것도 많지만 일단은 먹은 것 위주로 정리를 해 봄.
1. 하카타라멘 신신 - KITTE 하카타점
첫날 늦은 비행기를 타고 저녁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호텔 체크인을 했다. 이 경우 웨이팅까지 고려한다면 고를 수 있는 저녁 식사 장소가 마땅치 않다. 야키토리나 모츠나베집 정도가 늦은 시간까지 운영을 하지만 첫날은 그냥 간단하게 한그릇 먹고 치울 수 있는 라멘이 땡겼다. 와이프 같은 일본여행 초심자에게는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이치란라멘이 제격이지만 이곳 하카타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유니크하지 않고 보다 포멀한 라멘이 먹고 싶더랬다. 그래서 신신라멘으로 고. 약 40분 정도로 웨이팅이 다소 길었고 KITTE 지하 1층은 자리가 협소하여 매장 근처가 아닌 건물 외부 통로에서 기다려야 했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그때 우리는 깨달았어야 했다. 웬만한 곳에서는 웨이팅 없이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사실 호텔 체크인 때까지만 해도 일본으로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신라멘의 꼬릿하고 꾸득한 돈코츠 국물은 내가 3년 반 만에 다시 일본으로 왔다는 사실을 뒤통수로 내다 꽂는 듯 각인시켜 주는 맛이었다. 이곳만의 특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신신라멘의 얇은 면발을 와이프가 특히 좋아했던 것 같다. 우리 부부가 입을 모아 말하는 이번 여행의 두 번째 픽임.
2. 원조 하카타 멘타이쥬
정말 일본스러운 음식을 먹고 싶었다. 게다가 이곳 세트는 명란덮밥+츠케멘으로 구성도 좋았다. 보통 식당과는 달리 오픈시간도 오전 7시로 이르고 와이프가 명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세트 하나만 해서 둘이 나눠먹으면 아침으론 양이 딱 맞을 것 같아 오픈시간을 맞춰서 갔더랬다. 근데 웬걸 대기인원이 70명 정도 되어 보였다. 하... 그 새벽에 숙소에서 꼬박 20분을 걸어왔기 때문에 일단은 온 김에 먹어보자 해서 기다렸는데 그렇게 꼬박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입장이 가능했다. 리뷰 보면 1달 전만 해도 이렇게 대기가 길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새삼 요즘이 성수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타이쥬+츠케멘+멘타이국으로 구성된 한멘스이세트 하나를 주문해서 먹음. 나는 명란 맛있다고 생각하는지라 나름 맛있게 먹었는데 역시 와이프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지 명란 한 입 먹고는 그만두었다. 그래도 와이프가 츠케멘은 곧잘 먹던데 명란이 가득 들어 있어서 괜찮았으나 국이 식으면서 점점 짜게 되었다. 나중에는 육수를 넣어 먹으면 된다고 해서 부었는데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육수를 붓기 전이 훨씬 더 나았던 것 같다. 멘타이 국은 사실은 푸딩 계란찜에 명란이 가득 들어간 형태인데 이것만 해도 밥 한 공기 비벼서 뚝딱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맛났음. 하지만 전반적인 만족도가 괜찮으냐? 물으면 아니요... 웨이팅이 너무 긴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나의 호기심을 위해 그 추운 아침에 같이 서서 기다려 준 우리 와이프 감사합니다.
3. 시카이로 in NAGASAKI
나가사키로 향한 이유는 딱 하나. 나가사키 짬뽕의 원류를 찾아서! 메가네바시니 구라바엔이니 하는 것은 다 부수적인 것이고 이 짬뽕 하나가 궁금해서 나가사키로 향했다. 시카이로는 여기가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다, 짬뽕 박물관도 있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으니깐. 게다가 오우라 천주당이나 글로버 정원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밥 먹고 관광하기도 편한 점이 좋았다. 식당은 건물 정면의 큰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 좀 헤맸다. 물론 여기서도 웨이팅을 했다. 40분 정도 기다렸는데 식당 안에서 메뉴판 보면서 이야기하니깐 시간이 금방 갔다.
흔히들 먹는 나가사키 짬뽕과 사라우동, 그리고 여기가 아니면 교자를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아 교자를 하나 주문했다. 돼지와 닭 뼈를 고아서 만든 뽀얀 나가사키 짬뽕 국물에서는 깊고도 담백한 맛이 났고, 흔히들 말하는 불향은 잘 나지 않았던 것 같네. 반죽에 물 대신 토아쿠라는 것을 넣어 만든 살짝은 두꺼운 면발은 탱글쫀득하고 시간이 지나도 잘 퍼지지 않았다. 사라우동은 짬뽕과 비슷한 베이스에 볶아져 나오는 형태인 것 같은데 이쪽이 불맛이 나서 더 좋았다. 와이프는 짬뽕을, 나는 사라우동쪽이 입맛에 더 맞았던 것 같다. 교자는 시켰는데... 크기가 너무 작다. 그래도 맛은 있었는데 결국 교자는 교자전문점에서 시켜 먹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4. 키와미야 - 하카타점
나는 이번이 두번째 후쿠오카행이다. 그리고 이 키와미야 함바그는 이전 여행에서 먹어본 적이 있다. 최근에 도쿄에 분점이 생겼다지만 그래도 후쿠오카를 온다면 이 음식은 먹어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와이프를 먹이기 위해 또다시 이 집에 왔다. 다만... 사람이 더욱 붐비는 하카타역 주변이라는 지리적 요인 때문인지 웨이팅이 1시간이나 되었다. 예전에 갔던 텐진점은 별로 안 기다렸던 것 같은데.
덜 익은 함박스테이크(물론 웬만큼 익은 것도 주문할 수 있다)를 뜨거운 돌에 직접 구워 먹는 재미가 있다. 근데 날씨가 춥다 보니 돌이 빨리 식음. 다 먹을 때까지 스톤 체인지를 두 번 한 것 같다. 그리고 기름도 많이 튀고, 무엇보다 가게 내에 연기가 자욱하니 옷에 냄새가 밴다. 그래서 여기는 하루의 일정 중 맨 마지막으로 두는 것이 좋다. 그래도 이곳은 그 모든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거쳐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이곳 함박스테이크는 확실히 맛은 있다. 장국도, 샐러드도, 심지어는 맨 쌀밥마저 맛있다. 기다림이 낳은 시장이 반찬인 것일까?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5. 쿠루쿠루 스시 in BEPPU
일정 중 스시를 한 번 먹어야겠다 싶었다. 벳푸에는 딱히 유명한 음식이 없는 것 같길래 그 스시를 벳푸에서 먹으면 되겠다 싶어서 지옥순례길과 가까운 쿠루쿠루 스시를 가기로 함. 처음엔 웨이팅이 2~3시간으로 엄청 길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웨이팅 걸어놓고 지옥 순례를 갔다 올까 싶었다. 하지만 오픈 40분 전에 도착하니 의외로 대기인원이 많지는 않았다. 오픈할 때 바로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느낌이라 일찍 먹고 다음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해 그냥 대기실에 앉아서 이야기하면서 기다렸다.
2009년 오사카, 2019년 까오슝 이후로 세 번째 회전초밥이다. 하지만 사실 여긴 회전초밥이 아니라 스크린으로 주문하는 주문식 초밥이다. 과거에는 사용되었던 것 같은 레일이 있긴 하지만 스시가 레일로 나오지는 않는다. 이것저것 맛 볼 수 있으면서도 값이 조금은 싼 세트는 단품에 비해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해서 거르고 생선 초밥 단품으로만 주문해서 먹었음. 생선도 두껍하고 질도 좋고 맛도 있다. 회전초밥의 묘미는 지갑이 허락하는 조건 하에 내가 원하는 조합으로 마음껏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맛있었던 것은 참치 대뱃살, 고등어, 청어와 방어 정도. 실컷 먹고 난 후에도 뭔가가 허전해서 메뉴판을 다시 자세히 봤더니 새우나 오징어 메뉴도 있었다. 아차 싶었지만 너무 과식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욕심을 접었다. 더구나 꽤 먹은 것 같은데 인당 3만원 이하로 나왔다. 초밥의 질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꽤나 좋은 집인 것 같다.
6. 야키토리 토리쇼우
처음 일정을 짤 때는 야키토리는 별 생각이 없었다. 개별 메뉴 하나하나 주문하는 건 별로 직성에 맞지 않았던 나지만 쿠루쿠루 스시를 방문하고 나서는 뭔가 자신감이 생겼달까? 더불어 야키토리에 대한 한 군의관 동생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일본의 야키토리는 한국이랑 무조건 다르니깐 꼭 먹어보라 하더라. 이런저런 이유로 숙소 근처에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야키토리집을 한 군데 찾아갔다. 가긴 갔는데... 사실 이날 저녁도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먹으러 갔던지라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도착했다. 하지만 이 집은 이미 웨이팅도 걸려 있고 심지어 회전률도 낮았다. 아뿔싸😬 나보다도 더 지친 와이프를 배려하고자 다른 곳에 갈까 물었으나 와이프는 나를 위해 참았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이라 품절된 메뉴가 많아서(특히 식사메뉴) 주문 되는 것 위주로 먹었다. 사실 야키토리 자체는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다소 평범한 맛이었다. 소 채끝살, 닭똥집 정도는 꽤 괜찮았고 닭고기완자는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나머지가 그냥 고만고만했다. 사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오히려 배가 안 고파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직원들이 다들 바쁘다 보니 주문하는 것 자체를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이런 부분은 아쉽지만 한국어를 잘하는 사장님을 보러 가고 싶다면 추천. 하지만 나는 재방문 의사가 없어요. 더불어 이곳은 너무 한국인 위주의 집이다. 한 팀을 제외하고는 내가 머물렀던 시간 동안은 모두 한국인만 이곳을 방문했다.
7. 우동 타이라
삿포로의 수타우동 테라야(#), 포항의 박신우 제면소(#)가 떠올라 후쿠오카에서도 튀김을 곁들여 먹는 우동집을 한 군데 가고 싶더랬다. 우엉튀김과 소고기가 올라간 우동이 대표메뉴인 우동 타이라가 가장 많이 알려진 듯싶지만 실망했다던 사람도 있고, 다른 곳이 더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래저래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 숙소에서 가까워 동선을 짜기 좋았던 이곳으로 그냥 가기로 했다. 이쯤 되니 어딜 가든 웨이팅은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11시 15분 오픈에서 30분 전쯤인 10시 45분에 도착해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기다리겠다 해서 갔지만 우리가 9~10번째 손님이라 오픈과 동시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오픈은 11시 정각 즈음에 했고 그 뒤로도 점점 손님이 오던데 전체적으로는 한국인 반, 현지인 반 정도로 꽤나 유명한 현지인 맛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표메뉴인 고기우엉튀김 우동, 계란과 마를 얹은 붓카케 우동 그리고 닭고기밥을 주문함. 고기우엉튀김 우동이 정말 좋았다. 칼국수처럼 약간 넓적한 면은 시간이 지나면 퍼지는 듯 하지만 쫀득함을 유지하고, 국물은 심심한 듯 하지만 간이 딱 맞다. 특히 우엉튀김이 인상 깊다. 생 우엉을 아주 살짝만 튀겨내어 바삭바삭하고 아삭아삭하게 씹히면서도 우엉의 떫은맛은 없는 훌륭한 맛. 반면 붓카케는 다소 별로였음. 그냥 오뎅 우동을 시킬 걸 그랬다. 닭고기밥은 본가에서 먹던 유부초밥이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었다. 유부초밥에 들어갈 밥에 당근, 우엉조림과 볶은 소고기를 잘게 썰어 넣었는데 그 밥에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고 간장으로 약간만 간을 하면 딱 같은 맛이 날 것 같다. 평범한 별미.
8. 하코자키 이노카와즈
이건 따로 글을 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