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명칭은 웨스트민스터 세인트 피터 성당 참사회(Collegiate Church of St. Peter in Westminster). 으따 길다. 이곳은 성공회 성당이라고. 국회의사당과 인접해 있으며 전통적으로 1066년 헤럴드 2세와 윌리엄 1세 두 왕들의 대관식 이후로 영국 왕의 대관식 등 왕실 행사를 거행하거나 매장터로 이용하는 곳이다. 이곳은 1065년 참회왕 에드워드가 이곳에 최초의 석조 사원을 짓고 국왕의 자리에 오른 뒤에 증축을 계속했으며 주로 헨리 3세에 의해 1245~69년에 걸쳐 건설된 곳이다. 라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자료를 이어붙였는데 이렇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맞나? 어쨌든 헨리 3세와 버킹엄 궁전을 사들여 왕실 건물로 탈바꿈시킨 조지 3세는 헷갈리지 말자. 어쨌든 엘리자베스 1세 때 국유화, 그리고 1987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사실 다른 곳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굉장히 볼품 없어 보이긴 한데 그래도 멋진 입장료만큼(학생할인으로 13파운드, 성인은 약 15파운드 정도?) 볼 거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는 이래저래 철저하게 가려져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볼 거리를 미리 숙지하고 들어가기가 참 힘든 곳이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안내판. 개장시간이 얼마인지 입장료는 얼마인지 등이 적혀 있다. 예배를 드리러 온 사람들에게 전하는 안내 메시지도 있고 또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입장료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적어놓은 다섯번째 판넬이었는데... 런던 조사하면서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본 글(링크)이 생각났다.
(전략)
길을 묻다가 만난 영국인이 물었다.
영국인:오늘 어디어디 다녀왔니?
나:웨스트민스터사원
영국인:안에도 들어갔니?
나:응
영국인:그럼 돈을 냈겠네?
나: 돈안내면 못들어가던데?
영국인: 넌 사원에 들어가면서 왜 돈을 내야 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해본적 없니?
나: 사실 계속 찜찜했어
영국인: 나도그래, 아마도 그들은 평생 그 돈 포기하지 못할거야.
내가 들어가서 본 관광객 대략 1000명. 성수기라고는 하지만 정말 많다.
하루에도 몇천만원의 입장료수익을 낼 것이다.
그들은 나중에 어떤 변명 혹은 해명을 할 것인가?
판넬을 보면 시설 유지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 이들이 내는 수익이 어마어마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갈까? 정말 사원을 유지하는 데 전부 쓰일까? 만약 그게 아니고 그런 사실이 누군가에 의해 파헤쳐졌을 경우 그들은 그 막대한 돈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들만이 알 것이다.
대기열이 잘 안나와서 그런데 이 사진만으로도 대강 감이라도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들어가기까지 한 30분 대기를 했던것 같고 여기에 서 있을 때 비가 최고조로 왔기 때문에 여간 고생을 한 게 아니었다ㅜㅜ 흑흑 슬퍼
기본적으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실내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입장료도 비싼데 왜 그럴까? 아직도 이해 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면 사진 찍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물론 관리인들이 감시를 하고 있으니 대놓고 찍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숨어서 요령껏 찍으면 찍을 수는 있다. 사실 관리인들도 그렇게 심하게 규제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얼굴에 티타늄 철판만 깔 수 있으면 웨스트민스터 전체를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찍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고 그대로 실행을 하려는 사람은 한가지만 부탁을 할 것이 누군가가 사진을 찍는 당신을 뚫어져라 째려보고 있으면 이 한마디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 스미마셍' 꼭 아!에 악센트를 줘서.
나도 내부가 너무 이뻐서 그냥 나가기에는 아쉬워 몇장 찍긴 했는데...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여기에 업로드하는 그런 파렴치한 짓까지는 못하겠다. 보고 싶으면 직접 찾아가도록 하자.
대신 거기서 받은 한국어 팜플렛이 있어서 그것으로 썰을 대신하도록 하자. 한국어 팜플렛을 구비해 놓은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한국어 팜플렛을 발견할 수 있어 너무 반가웠다.
대강 구조는 이렇고 TV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는 12번 장소부터 28번 장소까지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성가대든 성단이든 모두 생각보다 휘황찬란하고 굉장히 예쁘다. 여기서 성가대하면 자부심 좀 쩔겠는데.
그리고 대부분의 공간은 대리석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큰 홀의 대리석 조각들은 대부분 서 있는 모습이지만 비교적 작은 방에 있는 대리석들은 중앙에 관이 있고 두 손을 기도하는 모양으로 가지런히 모아놓은 상태로 누워 있는 조각들이 많은데 아마 매장터로 이용되어 오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인 만큼 여기에 묻힌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그런 상들은 손가락이나 코가 훼손되어 있는 등 보존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웨스트민스터 내에서 그나마 합법적으로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곳이 회랑 뜰이다.
더불어 최근 거행된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이후로 이들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특별관이 새로이 생겼다. 이 사원에서 판매하는 기념품들도 대부분 그날의 풍경을 담은 굿즈들이 많다.
나오기 전 출구쪽에 있는 전쟁때 죽어간 알 수 없는 병사를 위한 묘가 아련하게 가슴에 남는다. 모르고 들어가면 그냥 그런가보다 싶지만 내부의 요소들을 전부 알고 가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대리석 상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고 분명 비싼 입장료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그렇게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