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루다가 연말 마지막 주 진짜 미친 듯이 바빠져서 못 쓸 뻔함. 그동안 남은 연차를 이번주에 다 소진하지 않았더라면 이 포스트는 올해가 지나고 나서야 쓸 수 있었다.... 여튼 올해 있었던 신변잡기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 봅시다. 깁니다. 이게 한 포스트짜리 분량이 아닌데 나눠서 올리기 귀찮으니까 그냥 한 번에 쓰고 말자. 더 파고들 이야기가 있으면 나중에 따로 분리를 해서 정리를 하겠지.
1. 결혼
함축하자면 행복하지만 어렵고, 힘들지만 좋은 것.
1-1.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힘들다. 첫째로는 결혼할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가 힘들다. 바야흐로 대 혐오의 시대, 남녀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점차 남녀가 서로를 고운 시선으로 보지 못하게 된다. 그런 혐오를 넘어서서 나와 같은 취향, 가치관을 갖는 사람부터 만나기가 힘들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고 눈도 덩달아 높아졌지만 지금까지 버스를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하기 때문에 택시마저 타지 않는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이 내가 지각하지는 않는가? 하는 부분이다.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 나이는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나를 끊임없이 객관화하고 욕심을 조금 덜 필요가 있다. 살기 힘든 사회다 보니 이것저것 갖춘 사람을 만나 안정적으로 시작하고 싶은 심리도 이해는 가지만... 참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
1-2. 결혼할 사람과 결혼에 이르는 과정 또한 어렵다. 재력은... 뭐 결혼은 있는 돈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또는 집안에서) 빌려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이번에 깨달았지만, 그 빌리는 능력도 현재 나의 경제 상황에서 비롯된다. 그런 의미에서 집안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픈 마인드로 우리와 다른 점을 잘 포용할 수 있는가'로 귀결되는 각 집안의 가풍은 결혼까지 이르는 과정과 행복한 결혼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결혼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삼박자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가치관/재력/집안이다. 물론 이것만 맞는다고 모든 사람들이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제반 사항 후에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서로의 취향 차이를 뚫고 수많은 것을 함께 결정해 나가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상처받고 미끄러지는 커플들을 많이 보았지만 나는 이런 요소들을 포함한 많은 부분들이 잘 맞아 들어갔기 때문에 일단은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고 본다. 참 다행이다.
1-3. 식이 끝나고 좋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무엇이든 원래 유지와 보수가 더욱 힘든 법이다. 사람은 제각기 환경에서 오는 경험이 다르고 그 경험이 빚는 가치관이 100%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충돌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결혼이 연애 때와 다른 점은 주말부부가 아닌 이상 싸운 뒤에도 얼굴 맞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공짜는 없는 것이다. 행복에는 갈등이란 대가가 따른다. 이를 잘 아는 이들은 그 값을 선뜻 치르지만 보통은 갈등 그 자체도, 갈등이 낳는 결과도 두렵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 모두를 시작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 있다. 하지만 갈등 그 자체를 두려워해선 안 되노라. 그 갈등의 해결을 방해하는 나의 이기심을 두려워할지니
1-4. 힘든 것만 구구절절 써 놓았지만, 결혼은 이 모든 것을 기꺼이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교감이 되는 상대와 한 가정을 꾸리는 것 자체가 숭고하다. 하지만 우선 내가 아닌, 상대방을 우선 위해야 한다. 나만 아는 사람은 결혼은커녕 연애조차도 시작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나를 버리고 상대방만을 위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행복하자고 결혼을 하는 것이지, 타인을 향한 헌신과 희생만을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다. GIVE와 TAKE의 그 미묘한 균형 속에, 상대방에 대한 애착이 주는 만족감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책임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은 나와 상대방, 우리 모두를 성장시킬 것이다.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고 연습을 하는 과정에 있지만, 그런대로 잘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믿는다. 여러분 결혼하면 좋습니다.
1-5. 결혼 6개월째에 '결혼 후기'라는 제목 달고 포스트를 써 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바빠서 안 됨.
2. 재테크는 완전히 STOP. 결혼에는 이전과 단위숫자가 다른 금액이 들어가고, 결혼 후에는 개인적으로 파산. 내가 제대하고, 펠로우 끝나고, 그 이후에 봉직의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여유자금이 생기며 재테크를 꾀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그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잘 모르겠음. 무엇보다 최근 3년 동안 절실히 느낀 것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무모하고도 어리석은 일인 것 같다. 결혼 중에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과연 이것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더불어 이 와중에 무엇을 더 공부하고 어떻게 삶에 적용할 것인가? 내 평생에 주어진 큰 숙제이니라.
2-1. 사실 잘 버는 것, 잘 투자하는 것보다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확실히 결혼하고 나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전에 본가에서 살 때는 내가 필요한 것만 지갑을 열면 되었는데 지금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주머니+와이프 주머니에서 나간다. 그간 부모님들께서 자식들을 위해 얼마나 감당하시는지를 더욱 체감하게 되었다. 더불어 나는 운이 좋아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집에서 출퇴근하고 군복무마저도 집에서 했기 때문에 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구나 싶다. 한 반년정도 지내보니 아직도 불필요한 지출이 많은 것이 눈에 보이는데 이제는 이런 부분을 조금씩 줄여나가야 하지 않을지...
2-1-1.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결혼 후에 식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가지 않는 점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가끔 기분전환 한다고 데이트 겸 밖에서 외식한 적은 있지만 배달음식 시켜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밥도 요리도 웬만한 건 다 집에서 해 먹고 양가 부모님께서 국이나 반찬 같은 걸 꽤 많이 보내주신다. 보통 마트에서 10만 원어치 전후로 장을 한 번 보면 1~2주에 걸쳐서 소진한다. 와이프나 나나 지금은 수입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잘 버티는 걸 보면 확실히 이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백종원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이 분 유튜브만 따라 하면 웬만한 건 맛있게 만들 수 있다. 보통 일반식은 백종원 채널, 메인으로 먹을 특식은 1분요리 채널 보고 만들면 뚝딱이다. 김치볶음밥 원툴이었던 내가 이제는 꽤 다양한 무기들이 생겼다. 특히 이제는 밖에서 사 먹는 된찌보다 내 된찌가 레알 훨씬 맛있다.
3. 신경과 암울론은 1년 사이에서도 큰 변화가 없고, 나는 그 사이에 Neuromuscular를 좀 더 파고들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서울로 가서 더 공부하는 것은 나도 와이프도 싫고, 해당 파트의 훌륭한 은사님이 모병원에 계시고(이 교수님 밑에서 좀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전공의 때의 생각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했다), 스탭 생각은 없으니 그냥 모병원에서 전임의를 조금 하다가 봉직으로 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본다. 자꾸 신경과 암울론 하는데 신경과학회가 어떻게 수가를 내고 우리만의 처방을 만들어낼지 고민은 1도 하지 않고 작년 결산에 기술한 것처럼 타과에게 파이만 내 주기 때문에 우리 과는 그다지 큰 비전이 없다. 대학에 남지 않은 많은 선생님들이 c-arm을 보고 초음파를 잡으며 통증을 어떻게든 해 내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나는 의대 처음 올 때만 해도 의사 하면 아무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살 줄 알았다. 그때의 나뿐만 아니라 현재 많은 비의료인도 의사 하면 그냥 편하게 잘 먹고 잘 사는 줄 안다. 하지만 보더 달고 보는 세상은 참 암담하기 그지없다. 나 같은 비인기과는 비인기과대로 문제고, 인기과도 무한 경쟁 시대라 먹고살기 녹록지 않다. 이런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누가 자세히 이야기해 주는 사람도 없고... 더불어 2.와 조금 일맥상통하는 말이지만, 앞으로는 뭐가 뜨고 뭐가 질까? 그 흐름 가운데 신경과는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현재 상황에서 디테일한 계획은 세우질 못하는 이유는 분위기가 좋지 까닭에 아무리 고민해도 그다지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상황만 보고 불평불만만 하다가도 이런 생각 또한 든다. 사실 큰 흐름은 중요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노력하고 연구하여 나만의 흐름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어찌 됐건 그 와중에 내 스스로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에 쓸모 있다 싶은 학회들 찾아서 스스로 찾아가 몇 번 들었다. 얼마나 지대한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하지만 필드에 있는 선생님들 고견을 듣자 하니 벌써부터 겁만 난다.
3-1. 사실 이제 곧 전역을 앞두고 먹고 살 준비를 해야 하니 1년 전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지 했는데 결혼 준비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꽤 힘들었다. 그래서 결혼하면 해야지 하고 미뤘더니 신혼 초기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도 꽤 힘들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적응하고 6개월 전부터 해야지 하고 미뤘더니 연말에 이래저래 바빠져서(영상작업 등의 원인이 큼) 아직도 제대로 시작을 못했다. 중간중간 조금씩 하기는 했는데 학습은 고른 페이스로 쭉 이어져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 찔끔찔끔 하니 금방 휘발되는 느낌? 내 나름 남은 4개월 동안은 불태워보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나 힘든 시간이 아닐까 생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빈 깡통인 채로 전임의를 시작할 수는 없어... 이제는 정말 미룰 수 없다.
3-1-1. 그런 의미에서 군의관이란 시간은 참 양날의 검이다. 편하게 쉬는 것은 좋은데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내가 쥐고 있던 의학을 다 놓아버린다. 나는 이 기간 동안 일반의료를 더욱 잘 보게 되었지만 내가 먹고사는 데 필요한 신경과학 지식은 많이 휘발되었다. 시간이 많아 초음파니 도수치료니 이것저것 새로 시도해 볼 여유는 있지만 정작 필요한 걸 못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좋은 시기가 없었더라면 나는 운동하는 습관도, 결혼도 못 했을 것 같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소중했던 기간으로 생각을 합시다... 남은 기간엔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해서 더 많이 찔러보고 더 많이 꺾어보고 더 많이 머리에 담고 가야겠다. 군의관 이야기는 풀 것이 조금 있지만 이건 군의관 끝나기 직전에 잘 정리해서 풀어야겠다.
4. 러닝은 꾸준히 해서 목표로 하던 3년 내 총 러닝 거리 5,000km를 달성함. 그래서 NRC 레벨 블랙에 도달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러닝 레벨에 따라 색깔이 바뀌던 애플리케이션 UI가 다시 가장 초기(가입 후 첫 레벨인 옐로가 아니라, 아예 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의 블랙/화이트로 되돌아갔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배울 때 관장님이 그런 소리를 하더라. 태권도를 하면서 맬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띠는 검은띠이지만, 평생 수련을 하다 보면 그 검은색이 바래서 회색을 거쳐 다시 흰색이 된단다.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수련을 하게 된다는 돌고 도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NRC는 블랙이 가장 최종 단계는 아니지. 최종 단계, 볼트 레벨을 위해 달성해야 하는 총 러닝 거리는 무려 13,000km이다. 처음에는 별로 생각 없었는데 그래도 누군가는 달성했겠거니 싶어서 찾아보니 10년 넘게 걸려서 달성한 사람들이 조금 있더라. 이제는 조금 바꾸어 볼트 레벨 달성을 하는 것을 내 인생 목표로 삼아야 하겠다. 군의관 3년 동안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꾸준히 운동하는 좋은 습관이 생긴 것 같아서 기쁨.
4-1. 러닝 이외에도 다른 운동을 하고 싶었다. 가령 수영이라든가. 8월에 세부를 갔었는데 호텔 내 수영장이 있지만 수영을 못하니까 재미가 없더라. 그래서 와이프랑 둘이서 배우자고 열심히 찾아봤는데 결국엔 가용한 시간대를 찾지 못해 어영부영되었다. 겨울시즌에는 어떻게 좀 잘 찾아서 조금이라도 배워 보고 싶다. 물에 빠지면 살아야 해....
5. 책 읽기가 힘들다. 작년 상반기까지는 닥치는 대로 책 좀 읽었는데 올해는 손에 안 잡힌다. 읽다가 만 책들이 몇 권 된다. 이래저래 바빠진 탓도 있지만 그 와중에도 의지만 있었더라면 틈새시간을 노려서 이것저것 많이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건 다 내가 나태해진 탓이기 때문이다. 그 조그마한 틈이 생기면 그냥 머리 식히기 바쁘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사라졌나 보다 싶기도 하고 좀 그러네. 앞으로는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읽읍시다.
6. 영화 보기도 힘들다.
6-1. 영화관 자체를 가기가 힘들다. 결혼을 해서 그런가? 퇴근 후에도 집안에 충실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주말도 장보기니 행사니 이래저래 일이 많기 때문에 여가시간을 내기가 참 어렵다. 더불어 티켓 가격이 OTT 한 달 구독료에 상응하다 보니 가성비 찾는 나로서는 영화관을 갈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영화관에서 딱 네 편(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탑건 : 매버릭, 헤어질 결심, 아바타 : 물의 길) 보았음. 에에올 같은 것도 보고 싶었는데 바빠서 그냥 넘어갔다. 더불어 마블은 웬만하면 극장에서 나오는 건 다 걸렀다. 이제 마블은 별로 보고 싶지가 않다. 삼국지가 제갈량 죽고 나서는 별로 재미없자나
6-2. 그리고 최근에 영화를 잘 안 봐서 올해 내내 그런 줄 알았더니 그래도 기록해 놓은 걸 보니 생각보다는 영화를 많이 보긴 했다. 알고 보니 상반기 때 꾸준히 본 것이었음... 어쨌든 최근에는 긴 호흡으로 영화에 쭉 집중할 여유가 잘 없어서 영화를 보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종합하자면 올해 본 영화 중에는 헤어질 결심(2022), 탑건 : 매버릭(2022), 돈 룩 업(2021), 놉(2022), 노예 12년(2013), 화양연화(2000), 어느 독재자(2014),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2011), 피아니스트(2002), 아바타 : 물의 길(2022), 대니쉬 걸(2015), 라스트 나잇 인 소호(2021), 미드 소마(2019) 정도 좋았음.
6-3. 그 와중에 드라마는 좀 많이 봤음. 이건 환경적인 요인이 큰데 첫째는 와이프와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가 드라마 보기이고, 둘째는 보통 러닝을 근무지 체력단련실에서 러닝머신을 뛰는데 휴대폰 켜놓고 넷플릭스만 주야장천 돌리기 때문이다. 신기한 점은 우리 와이프가 의외로 장르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은 다 잘 본다는 것, 그리고 나는 보통 재관람을 하지 않지만 와이프에게 드라마 추천을 하다 보니 몇 개는 재관람을 했는데 좋은 작품은 다시 보아도 좋다는 것이다. 좋은 영화 재관람 달리는 사람들이 이해 갈 것 같기도 했다. 한 가지 고무적인 부분은 한국 드라마가 해외의 그것과 비교하였을 때 완성도나 화제성 부분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7~8년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는 무조건 미드를 꼽았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올해 크게 좋았던 작품은 그 해 우리는(2022), 우리들의 블루스(2022), 블랙독(2019, 재관람), 리갈 하이(2012, 2013), 세브란스: 단절(2022), 기묘한 이야기 시즌4(2022), 소년심판(2022), 이태원 클라쓰(2020),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퀸스 갬빗(2020, 재관람), 오징어 게임(2021, 재관람),... 그냥 올해 본 드라마 대부분이 좋았다.
7. 그렇지만 바쁘다고 게임을 안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엄청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그런대로 이래저래 좀 즐겼다. 하지만 보통 닌텐도 스위치 중심으로 게임을 해 봤고 PC는 이제 거의 버려지다시피 하는 것 같다. 그나마 DMR 가끔씩 즐기고는 하는데 뭔가 바빠지다 보니 게임에 쏟을 시간이 영 떨어져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것 같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별로 하고 싶은 생각도 잘 안 든다. 포켓몬 바이올렛 남은 거 빨리 끝내고 치워야 하는데 연말에 너무 바쁘네. 내년에 디아블로 4가 나온다고는 하는데 과연 내가 할 시간이 있을까? 없을 것 같고 있어도 다른 걸 더 열심히 하느라 미뤄야 할 것 같다. 여튼 올해 한 게임 중 가장 재미있게 했던 것은 레알세였음.
8. 닌자대전 이후로 나는 앞으로 디자인할 일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래저래 뭔가를 만들 일이 생기네? 올해만 해도 영상작업을 세 편 했다. 올해 영상작업 하면서 이래저래 느끼는 점 몇 개를 꼽자면 1) 처음에는 모션그래픽에 관심이 있었으나 시간과 체력 등의 한계로 점차 영상편집으로 가닥이 넘어가는 듯하고 / 2) 장비의 욕심이 조금 생기기는 하나 돼지 목에 진주가 아닐까 고민하는 부분이 있으며 / 3) 작업물들이 다 내수용에 그쳐서... 특히나 최근 만든 연말 VLOG는 여기서도 자세히 풀고 싶으나 와이프 사정상 공개적으로 얼굴이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이 곤란하여 작업물을 공개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하는 특이점들이 있음. 마지막 부분은 특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아무리 보는 사람이 적다 하더라도 공개하지 않으면 큰 시간을 들여서 디테일한 부분을 살려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특히나 손이 많이 가는 모션그래픽을 덜고자 할 것이며, 그만큼 작업 퀄리티에 중점을 두지 않으니 장비를 더 사들여서 뒷받침할 필요성도 떨어질 것이라. 상황이 이러니 제작방향을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나아가 제작 자체가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저 연말 VLOG는 꽤 오랜 시간들 들였으니 어떤 식으로든 여기에 업로드하고 이야기를 풀 생각이 있다. 이미 인트로만 잘라서 공개도 해 두었다. 하지만 조금 덧붙일만한 이야기는 올해는 며칠 안 남았으니 내년에 시간 될 때 조금씩 정리를 해야겠다.
8-1. 영상작업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도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생각이 크다. 예로부터 사진을 많이 찍어는 왔지만 좋은 구도, 좋은 내용을 담아내는 기본적인 센스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더불어 사진은 보정 등의 편집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또한 많이 깨닫는다.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는 많이 공부하고 연구를 해야 하는데 뭘 보고 배워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똑같이 장비의 욕심이 조금 생기기는 하나 돼지 목에 진주가 아닐까 고민하는 부분이 있음.
9. 그나마 COVID-19 판데믹이 해소되고 이런저런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스크는 계속 쓰고 있지만 실내외 활동에서 큰 제약이 없고 이제는 해외여행까지 가능해졌다. 시기상 국내로밖에 갈 수 없어서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간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놀았다 싶다. 가고 싶은 해외 여행지는 정말 너무나도 많았지만 와이프와 잘 상의한 끝에 올해 여름엔 세부를 처음으로 뚫었다. 싸고 질 좋은 전신 마사지를 제외하면 기대 이하이긴 했지만... 역시 나는 바쁘게 움직이는 관광이 좀 더 몸에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다가오는 1월에는 예~전에 한번 갔던 후쿠오카를 다시 한번 갑니다. 이 준비과정 가운데에서도 이런저런 일이 좀 있었는데 잘 정리해서 여기에 한 번 풀고 싶다. 더불어 이 자리를 다시 빌려 우리 아내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원래 여행은 일절 가지 않을 정도로 싫어하던 사람이 나와 함께 여기저기 다녀 준다.
그런데 전역 후에는? 내가 해외여행이란 걸 갈 수 있을까?? 이제 펠로우하고 봉직하면 평생 못 가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쫓는다.
결론은 그냥 허송세월 보낸 것도 같지만, 이야기를 풀 것이 이렇게나 많을 만큼 꽤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앞으로는 시간이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꼭 가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지? 힘내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삶을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