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제목만큼이나 투박한 문체. 손흥민 선수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보니... 하지만 좋은 글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장이나 구성의 완성도가 아닌 내용에 달려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그가 축구를 하며 들었던 생각들이 가득하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축구를 아주 사랑할 그는 평생을 그 축구 하나만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온 사람으로서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모든 것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담아 놓았다. 이런 솔직함이 독자로 하여금 그의 이야기로 자꾸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 시점에서 문장의 세련됨은 더 이상 필요 없다. 내용 자체가 이미 세련되었기 때문이다.
손흥민 선수의 모습에선 성공하는 사람의 수많은 특징을 함께 관찰할 수 있다. 1)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2) 그 일을 즐기며, 3) 지독하다 할 정도로 과다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4) 철저한 자기 관리까지 더했다. 여기에 축구할 때는 축구만 해야 한다고, 결혼은 은퇴 후에 하겠다는 말처럼 5) 현재에 올인하기까지 하니. 이쯤 되면 손흥민 선수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더불어 이런 성공의 요건들을 어릴 때부터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아버지라는 조력자가 있다. 매스컴에서 손흥민 선수 못지않게 그의 아버지가 자주 조명되는 점은 선수의 성공에 아버지가 기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 이런 멘토와 조력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정말 부럽다. 하지만 조력자가 있다고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그 모든 것을 나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어야 성공의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 선수는 내외적으로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 Volume 1을 아주 당당히도 박아넣었다. 손흥민 선수의 커리어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고, 추후에 풀 이야기가 필연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손흥민 선수는 어떤 여정을 밟고, 어떤 이야기를 다시 우리에게 들려주게 될까? 해축팬은 아니지만 이런 나조차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괜스레 올해 월드컵에 기대를 가지게 되지만 축구는 손흥민 선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깐 큰 기대는 하지 말자...로 결론이 나는 것이 좀 슬프긴 하다.